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Grudge, 2020
감독 - 니콜라스 페세
출연 -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데미안 비쉬어, 존 조, 린 샤예
일본의 어느 집에서 불안한 얼굴로 나온 한 여인. 집 밖에서 끔찍한 환각을 목격한 그녀는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몇 년 후, 경찰인 ‘멀둔’은 남편의 사망으로 새로운 마을로 어린 아들과 함께 이사 온다. 도착하자마자 그녀가 맡은 사건은 숲에서 발견된 차 안의 시체였다. 그녀는 차 주인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집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정신이 이상한 ‘페이스’라는 노인과 오래전에 죽은 그녀의 남편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집에서 2년 전에 ‘피오나’라는 여인이 온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으며, 그걸 조사하던 경찰까지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시대 변화에 맞춰서 내용을 각색하거나, 아니면 과학 기술의 발달로 예전에는 미처 담아내지 못한 장면들을 멋들어지게 만들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래서 보다 보면 시대마다 어떤 주제가 흥행하고 어떤 사고방식과 생활 양식이 발전했는지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 면이 제일 두드러지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신체 강탈자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56’ 시리즈였다.
이 작품은, 시미즈 다카시의 영화 ‘주온 u-on: The Grudge, 呪怨, 2002’을 미국판으로 리메이크한 ‘그루지 The Grudge, 2004’의 최신 버전이다. 처음 주온을 보았을 때, 너무 무서웠다. 물론 최근까지 나온 시리즈들은 보다가 졸 정도로 별로지만, 오리지널과 극장판 1편까지는 너무 무서웠다. 하여간 미국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동양과 서양의 공포를 느끼는 차이에 관해 알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었다. 그 차이는 확실했다. 미국판 그루지에서는 전혀 무서움을 느끼지 못했다. 시미즈 다카시가 감독을 맡았는데도 말이다!
하여간 그래서 이 작품도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영화를 다 본 심정은, ‘기대하지 않기 잘했다’와 ‘아, 욕하고 싶어’이다.
미국판 그루지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는 주온이라고 이름 붙인 게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긴 일본판 주온 시리즈들도 갈수록 내용이 산으로 갔으니까, 누굴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오리지널과 극장판 한 개 빼고는, 주온이라고 부르기 미안한 작품들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 작품보다는 나았다……. 차라리 주온이라고 하지 말고, 그냥 원혼의 살인극으로 바꾸어서 만드는데 더 좋았을 것 같다. ‘살인 소설 Sinister, 2012’이라든지 ‘아미티빌의 저주 The Amityville Horror, 1979’시리즈처럼 말이다. 내 주온을 이딴 식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이 영화를 볼 시간에 차라리 주온 오리지널과 극장판을 보는 게 더 실속있을 것이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확실히 무서워서 시간 낭비했다는 허무함은 안 느껴질 테니까 말이다.
‘린 샤예’의 연기 덕분에 별점 하나라도 번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