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귀야행 13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5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百鬼夜行抄, 1995
작가 - 이마 이치코
이번에는 4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각자 사건은 다르지만, 리쓰의 사촌인 ‘아키라’와 삼촌인 ‘카이’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한밤의 손님』에는 남자는 살 수 없는 저주를 받은 집안이 등장한다. 가문을 잇기 위해 결혼을 서두르는 장녀 ‘유카리’와 병약해 집에만 있는 차녀 ‘카오루’. 카오루는 오빠의 죽음이 자기 탓이라 생각하고, 밤만 되면 이상한 존재들의 대화가 들려 괴로워한다. 한편 리쓰네 가족은 26년 만에 세상에 돌아온 카이가 평범한 삶을 살길 바란다. 하지만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요괴에 의한 유카리와 카이의 맞선 자리가 만들어지는데…. 요괴 네트워크라는 게 존재하면 좀 웃길 것 같다. 야, 너희 집에 악령이 붙었어? 내가 아는 동네에 영능력이 뛰어난 집안이 있는데, 소개해줄까? 응? 너희 집 아가씨가 결혼적령기라고? 오, 우리 쪽에도 나이가 좀 많지만 하나 있는데? 선도 보고 일도 해결하고 그래 볼까? 뭐 이런 대화가 오갔던 건 아니겠지?
『성장』은 한 기모노에 얽힌 이야기다. 입는 사람마다 죽거나 다치는, 저주의 기모노!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아오아라시’의 분열이다. 할아버지가 남겨준 리쓰의 수호령인 아오아라시는 강력한 요괴다. 그런데 카이가 놓고 간 악령을 쫓다가 본체가 깨지는 바람에, 4등분 된 것이다. 결국, 조각 3개만 찾아 불완전한 수호령이 되어버렸다. 그나저나 아키라의 용기는 진짜 대단하다. 친구를 위해 악령을 무찌를 생각을 하다니!
『달그림자 정원』은 오랜만에 아키라와 그녀의 연인인 ‘사부로’가 나온다. 사부로는 인간이 아닌, 오래전에 죽은 사람의 영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가 이상해졌다. 뭐에 홀린 듯이 조각에 힘쓰고, 서서히 인간계가 아닌 죽은 사람의 세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리고 그가 사람들의 부탁으로 만들어준 조각이 다시 살아나는 일이 벌어지는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꼭 있는 소재다.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보다는 가슴 아픈 이별을 하며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이 커플의 끝도 그럴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아키라 집안이 워낙 특이해서 혹시나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어쩐지 슬픈 결말이 날 거 같다.
『아귀밭의 수호신』에서는 아키라가 가출했다. 그녀를 찾으러 리쓰가 나서는 건 당연한 법. 그런데 사부로가 깃들어 있는 정원 상자가 행방불명되고, 그것을 찾으려다가 아키라가 길에서 만난 사람과 얽히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아귀밭이라 이름 붙은 땅과 연결되는데……. 옛날에는 동양이건 서양이건 대기근 때문에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았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때문인 경우도 있었고,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저질러진 범죄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 곳에는 한을 품고 죽은 사람의 원혼이 깃들여져 있다고 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리쓰는 아키라와 사부로의 일로 카이와 약간의 갈등을 보인다. 카이는 불에 데어봐야 뜨거운 것을 안다는 주의고 리쓰는 데이기 전에 멈추게 해야 한다는 주의였다. 어쩐지 언젠가 한 번 리쓰와 카이가 맞붙을 것 같다는 예감이…….
리쓰네 집안에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 요괴가 많아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