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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1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百鬼夜行抄, 1995
작가 - 이마 이치코
이번에는 네 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두 개의 상자』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였다. 큰 상자와 작은 상자, 둘 중에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어떤 걸 골라야 할까? 이런 내용을 담은 민담에 ‘카이’의 어수선한 맞선에 ‘즈카사’의 실종, 재산 상속을 둘러싼 계모와 의붓딸의 갈등, 가정 폭력 그리고 시체 유기 등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도대체 일본 전설에 나오는 참새는 왜 인간에게 그런 걸 주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안 받겠다고 하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싶다. 새 요괴인 ‘오지로’와 ‘오구로’는 여전히 노는 것과 술을 좋아하고, 어떻게든 ‘리쓰’와 ‘즈카사’를 엮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아무런 생각도 없는데 말이다.
『끊어진 덩굴』은 빈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소설에 푹 빠진 사람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책에 등장하는 요괴들이 실제로 그의 주변을 맴돌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그렇다. 그 책은 리쓰의 할아버지인 ‘가규’가 생전에 완성하지 못한 원고였다. 도대체 이 노인네는 소설을 쓴 건지 아니면 소설 속에 요괴를 봉인시킨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요괴가 힘을 얻는 걸까? 어떤 방법이건 위험한 것 같다. 그리고 리쓰는 소설 집필에 재능이 없다는 게 밝혀진다. 안타깝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을 줄 알았는데.
세 번째 이야기인 『작은 벌레』는 어딘지 모르게 음울하고 슬픈 이야기였다. 엄마의 재혼으로 조부모와 살게 된 어린 ‘유미’, 사귀던 남자의 아이를 가졌지만, 사고로 잃고 혼자가 된 조카를 돌보러 본가로 돌아온 ‘사쿠라’. 새집으로 이사 온 이후, 사쿠라는 악몽을 꾸는데……. 연인끼리 관계를 맺을 때는 꼭 콘돔을 사용하자.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두 사람이 같이 고민하고 생각하자.
『귀신의 신부 맞이』는 리쓰의 할아버지이자 요괴를 다루고 공포 소설을 쓰던 가규의 젊은 시절을 그리고 있다. 리쓰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떻게 처음 만나 알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거기다 덤으로 갈색 머리의 요괴와 나중에 리쓰의 수호령이 될 ‘아오아라시’도 살짝 등장한다. 아직 제대로 썸도 타지 않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두는 초기 단계가 풋풋하니 귀여웠다. 음, 예민한 가규와 둔감한 ‘야에코’가 만나서 자식들의 능력이 들쑥날쑥한 모양이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건 어느 나라나 다 똑같다. 다만 인간 세상을 넘어선, 그 이외의 존재들과 손을 잡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도 못 믿는 세상인데 요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요괴에 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두 사람의 썸 직전 단계는 보기 좋았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