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Invisible Man , 2020
감독 - 리 워넬
출연 - 엘리자베스 모스, 올리버 잭슨 코헨, 해리엇 다이어, 알디스 호지
‘세실리아’는 자매인 ‘에밀리’의 도움으로 자신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남편 ‘애드리안’에게서 겨우 도망친다. 친구이자 경찰인 ‘제임스’의 집에서 머무르던 그녀에게 남편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다. 남편의 동생이자 변호사인 ‘톰’은 그녀에게 애드리안이 남긴 유산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 돈으로 제임스의 딸 ‘시드니’에게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주며 행복해하던 세실리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있는 그런 느낌. 자신이 보내지도 않은 메일이 전송되어 에밀리와 다투는 일이 벌어지고, 소파에 누가 앉아있는 것처럼 움푹 팬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애드리안에게서 도망칠 때 떨어트린 약병을 발견한다. 급기야 시드니를 때렸다는 오해까지 받게 되는데……. 애드리안은 정말 죽은 걸까?
지금까지 투명인간 영화는, 주인공이 투명인간이 되는 사람이었다. 대개 우연히 투명인간이 된 주인공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 애쓰거나, 안 보인다는 특징을 살려 이런저런 범죄를 저지르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기본 설정을 바꾸었다. 투명인간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 때문에 영화는 어떻게 보면 세실리아 역할을 맡은 배우 ‘엘리자베스 모스’의 일인극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녀가 뭔가 느끼는 것처럼 구석을 보거나 소파 위, 또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볼 때면, 진짜 뭔가가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투명인간과 일대일로 맞서는 장면도 무척이나 실감 나게 연기를 했다. 아, 또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이 보이는 표정은 정말 미친 거 같았다. 하긴, 그런 상황이라면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다. 분명 죽었다고 알려진 남편이 살아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남편이 있는 것 같은데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런데 그러면서 그가 존재한다는 흔적은 내 눈에만 보이고…….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는 이 작품을 괜찮은 심리극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야기 구성면으로 볼 때는, 이상한 부분도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와, 저 미친!’하면서 분노하고 통쾌하다며 손뼉을 치겠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꽤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과연 애드리안은 혼자 그 물건을 만들었을까 아니면 팀이 있었을까? 혼자 만들었으면 정말 엄청난 천재였을 텐데 그런 그를 아무도 감시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의아했다. 저런 사람은 국가나 상대 기업에서 감시하고 그러지 않나? 아, 이건 내가 CIA나 FBI 또는 기업 간의 대결을 다룬 작품을 많이 봐서 그런 건가? 그리고 만약에 팀이 있었다면, 왜 조용히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애드리안 사망 확인은 누가 해준 걸까? 그가 꽤 유명한 사람이라서 죽었다고 뉴스에까지 나올 정도였는데, 과연 누가 부검을 하고 확인을 해줬는지 궁금하다. 오락 영화에서 다큐를 찾으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는데,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이야기 구성면에서는 따지고 들면 허술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몇 개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만 보면 무척이나 좋았다. 그래서 고민이다. 연기만 보고 별점을 높이 줄까 아니면 구성까지 보고 별점을 깎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