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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랜드 : 더블 탭
루벤 플레셔 감독, 제시 아이젠버그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Zombieland: Double Tap, 2019
감독 - 루벤 플레셔
출연 -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 아비게일 브레스린
‘탤러해시’, ‘콜롬버스’, ‘위치타’, 그리고 ‘리틀록’ 넷은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자기들만의 원칙을 지키면서 나름 잘살고 있었다. 하지만 콜롬버스가 위치타에게 청혼하고 리틀록이 바깥세상을 보고 싶어서 툴툴대던 그다음 날, 둘은 행방을 감춘다. 탤러해시가 아끼던 차를 가지고 말이다. 탤러해시와 콜롬버스는 처음에는 당황하고 놀라고 배신감도 느꼈지만, 곧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던 중, 마트에서 혼자 살고 있던 ‘매드슨’을 발견하여, 콜롬버스는 그녀를 자기들의 아지트인 백악관으로 초대한다. 그런데 하필 그날, 위치타가 도와달라고 찾아온다. 길을 가던 중 만난 히피에게 반해, 차와 무기를 갖고 그를 따라갔다는 것이다. 넷은 리틀록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10년 전, ‘좀비랜드 Zombieland, 2009’가 개봉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를 안 했는데, 보는 내내 무척이나 즐거웠다. 개성이 확실한 네 사람이, 저마다의 멋을 뽐내면서 다투고 화해하며 즐겁게 지내는 동시에 좀비는 확실히 척살해가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개그 요소는 잘 살리면서도 고어적인 장면도 빼먹지 않은 구성도 좋았다. 그래서 10년 만에 2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 그동안 바뀐 세상은 어떻게 보여줄지, 네 사람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기대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2편을 보았다. 넷의 개성은 여전히 확실했고 저마다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또한, 전편보다 개그 요소도 많았고, 그러면서 좀비를 죽이는 장면은 1편보다 더 강해졌다.
그런데, 1편과 비교해보면 전반적으로 지루하다는 느낌이었다. 각 인물의 개성을 개그 요소와 너무 연관을 지어서, 시종일관 말장난을 빙자한 말꼬리 잡기와 엉뚱한 행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드러냈다. 그게 적당하면 유쾌하게 볼 수 있었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너무 과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특히 ‘엘비스 프레슬리’ 기념품이 있는 호텔에서 시시덕거리며 농담 따먹기나 하는 모습은 음…. 덧붙여서 거기서 만난 두 남자는 뭐랄까, 왜 넣었는지 모를 인물들이었다. 다른 생존자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긴 한데, 이미 그들 말고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건 처음부터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 굳이 그런 캐릭터를 넣어서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혹시 탤러해시와 콜럼버스가 자기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 걸까 싶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매드슨의 캐릭터는……. 굳이 요즘 같은 시대에 금발의 백치 같은 인물이 필요했을까 싶다. 물론 그런 성격 때문에 엉뚱한 대답과 행동으로 개그 담당을 맡긴 했지만, 그게 너무 전형적이어서 새롭지도 신선하지도 않았다. 설마 위치타와 대비되는 캐릭터로 넣은 건 아니겠지?
전편은 갈등과 화해를 적절히 분배해서 흐름이 좋았는데, 이번 편은 그냥 개그와 고어로만 밀고 간 것 같았다. 보고 나서 유쾌하다는 느낌보다는, 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만 남는 영화였다. 사춘기 자녀를 기르는 건 어렵다는 걸 새삼 알려주기 위해 만든 걸까? 좀비가 창궐해도 중2병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