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10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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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百鬼夜行抄, 1995

  작가 - 이마 이치코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정책의 하나로 실시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그래서 반납일이 무기한 연장된 건 좋은데, 반대로 반납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읽고 싶은 책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특히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책은 다음 권이 들어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이번엔 용케 시간이 맞아떨어져서, 아주 오랜만에 ‘백귀야행’을 빌려볼 수 있었다. 10권에는 5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비 내려 땅에 흐르고』 는 ‘리쓰’네 집에 오게 된 비녀와 사자상에 얽힌 이야기다. 결혼을 앞두고 강도에게 살해당한 새신부의 한이 서린 비녀는, 이후 소유자들의 결혼 생활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즈카사’에게 불행했던 여자들의 원혼이 쓰이는데……. 


  영능력이 있지만 어쩐지 빙의되기 쉬운 체질인 즈카사와 그녀가 잠든 사이에 원혼들을 성불시키느라 바쁜 리쓰, 두 콤비가 무척 안쓰러웠던 이야기였다. 또한, 살해당한 새신부와 그녀를 짝사랑했던 비녀제작자의 오해와 시간을 뛰어넘는 순정이 애틋했다. 그나저나 그 비녀를 빌려 썼던 리쓰 어머니의 결혼 생활은 과연 행복한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불행한 걸까? 남편이 살아는 있지만, 내용물은 요괴니……. 으음…….



  『고원』에서는 리쓰 할아버지와 친하게 지낸 갈색 머리 요괴가 즈카사를 함정에 빠트린다. 그녀가 있으면 리쓰네 집에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즈카사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사람들은 죽을 때, 마음에 맺히는 게 있으면 성불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 미련을 남기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게 과연 가능할까 궁금하다. 아, 그래서 하루하루 성실하고 충실하며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살아가라고 하는구나! 그래야 미련도 후회도 없으니 말이다. 



  『어둠은 저편에 머물고』 는 지난 권에서 26년 만에 이쪽 세계로 다시 돌아온 리쓰의 삼촌 ‘카이’가 다시 등장한다. 그가 사라지기 전에 묻어두었던 봉인함이 깨지면서 심상치 않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리쓰가 할아버지의 능력을 제일 많이 이어받은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의 자식들, 그러니까 리쓰의 이모나 외삼촌들도 조금씩은 힘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어설프게 있어서 다들 자기들이 태어나고 자란 집에 오는 걸 싫어한다. 아아, 특히 큰외삼촌이 카이와 리쓰가 힘을 합쳐 퇴마사로 활동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장면은 그냥 웃음이 나왔다. 하긴 요괴나 귀신을 없앨 힘이 없는데 눈에 보이면 무서울 거다.



  『길 잃은 집』은 도벽이 있는 리쓰 학교 친구 ‘미즈키’의 이야기다. 갑작스러운 사업 부도와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도 모자라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느 날 미즈키가 리쓰네 집에 왔다가 물건 하나를 몰래 가져가고, 리쓰는 매일같이 그걸 돌려달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즈키는 우연히 악몽에 나오는 이상한 집이 진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자. 쓰러진 사람을 보면 도와줘야지, 그 사람의 물건을 빼앗지는 말자.



  『뼈의 열매』 는 리쓰네 동네에 사는 ‘사쿠마’네 집이 배경이다. 어느 날부턴가, 그 집으로 흙이 배달돼온다. 특이하게 그 흙에다가 식물을 심으면, 쑥쑥 자라 커다란 열매를 맺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열매들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사람의 원한이란 무섭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인간은 돈 앞에서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을까 생각할 시간도 주었다. 사랑으로 맺어지지 않아도, 정이라든지 의리와 배려로 살아갈 수는 없는 거였을까?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는 배경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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