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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어
빌 콘돈 감독, 헬렌 미렌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Good Liar, 2019
감독 - 빌 콘돈
출연 - 헬렌 미렌, 이안 맥켈런, 러셀 토베이, 짐 카터
‘베티’와 ‘로이’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처음 만났다.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노년에 다가온 연애에 푹 빠진다. 하지만 로이는 사실 사기꾼으로, 베티의 재산을 노리고 있었다. 베티의 손자인 ‘스티븐’은 로이를 의심하지만, 둘의 사랑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세 사람은 베를린으로 여행을 떠나고 스티븐은 거기서 로이의 정체를 알았다고 말하는데…….
** 리뷰를 쓰고 다시 읽어보니까, 스포일러가 될 요소들이 몇 개 들어있었다. 주의하시길! **
대단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의 감상이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두 배우의 연기가 진짜 와……. 이건 뭐, 와, 진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베티와 로이, 둘은 뭔가 숨기고 서로를 속이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 로이는 사기꾼이라는 게 초반에 드러났기에, 과연 베티가 숨기고 있는 게 뭘까 궁금했다. 혹시 베티가 로이에게 재산을 다 빼앗기고 복수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도 했다. 아니면 베티도 사기꾼이라 로이를 속이는 걸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했었다. 그러다가 로이의 독일어를 듣는 순간, ‘2차 대전의 전범을 잡는 영화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베티와 스티븐은 사실 전범을 뒤쫓는 조직의 일원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쿵’ 하면서 가슴에 뭔가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아, 그래 그런 거였구나. 베티를 꼭 안아주면서 잘했다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떻게 그 시간을 이겨내고 버텨냈을지 상상도 못 하겠지만, 살아남아 줘서 고마웠다. 거기다 평생에 걸친 복수까지 해냈으니 너무도 훌륭했다.
이 세상에는 평생 잊지 못할 악몽 같은 기억을 품고 사는 사람이 있다. 그 악몽을 선사한 사람은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일에 불과하겠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법이다. 또한, 세상에는 자기가 잘못한 일에 반성하기는커녕, 그걸 지적한 사람에게 원망을 품고 앙갚음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 또는 상대에게 잘못을 전가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도 그런 사람이 하나 등장한다. 남의 선의를 오해하여 자기 멋대로 하려다가 꾸지람을 받은, 이를 반성하지 않고 도리어 앙심을 품은 그런 사람 말이다. 그 때문에 한 가정이 파탄 나고 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 일을 기억도 하지 못했다. 그 사람에게 그 일은, 과거에 있었던 기억할 필요조차 없는 작은 사건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진짜 그런 삶은 살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어색한 부분이 하나 있다. 로이의 정체를 밝혀줄 그 증거물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온전히 보존되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동네는 재개발도 안 하나? 하다못해 리모델링도 안 하고? 거의 50년이 지났는데? 한국에서라면 허물고 짓기를 여러 번 했을 시간인데 말이다. 유럽은 다른 건가?
하지만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재미있었다.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보았다. 다른 등장인물도 별로 없고, 장소도 베를린 여행 간 것만 빼면 거의 베티의 집에서 이루어졌는데, 그런 건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게 스릴러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폭탄도 안 터지고, 추격장면도 없고, 죽은 사람도 회상에서 딱 한 명만 나오고, 피도 안 튀기고 그랬지만,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