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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룸
크리스티앙 볼크만 감독, 올가 쿠릴렌코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Room, 2019
감독 - 크리스티앙 볼크망
출연 - 올가 쿠릴렌코, 케빈 얀센스, 조슈아 윌슨, 존 플랜더스
연이은 임신 실패로 실의에 빠진 ‘케이트’와 ‘맷’ 부부. 그들은 그동안 살던 곳을 떠나, 한적한 동네로 이사한다. 이사한 집을 수리하던 중, 그들은 꼭꼭 숨겨져 있던 비밀의 방을 발견한다. 그리고 둘은 예전에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찜찜한 마음에 그 방에서 술을 마시던 맷은, 술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중얼거린다. 그런데 전등이 깜박이더니 술이 나타난다. 놀란 맷은 곧 방의 비밀을 알아차린다. 부부는 원하는 것들, 돈이나 명화, 보석 같은 것들을 만들어내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케이트는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소원을 빌게 되는데…….
뭐든지 소원을 들어주는 방이라니,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존재 자체만으로 사람을 흥분시키는 설정이다. 게다가 그냥 마구 다 들어주는 게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그러면 이런 장르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개 규칙을 잘 지켜서 원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규칙을 어기면서 위기에 처하는 내용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영화는 케이트의 소원을 방이 들어주는 것과 동시에 방에서 만들어낸 물건들은 집 밖에서는 재로 변한다는 사실을 맷이 알아내면서,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보는 이를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거기다 사람이 이성의 동물이지만 동시에 본능과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사실도 긴장감을 높이는데 한 몫 거든다. 거기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또한, 하나둘씩 부부가 몰랐던 규칙들이 밝혀지면서, 과연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갈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예전에 집에서 일어났던 살인의 동기까지 알려준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어떻게 될지 이런저런 상상을 할 여지와 함께 긴장감을 늦출 기회를 주지 않는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었다. 바로 결말 부분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애인님과 마지막 장면이 무슨 의미인지 대화를 나누었다. 서너 개 정도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는데, 다 그럴듯했다. 하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마무리다. 열린 결말. 난 열린 결말처럼 보이지만 꽉 닫힌 결말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닫힌 결말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열린 결말이라고 여길 수도 있었다. 이건 혹시 평이 좋으면 2편을 만들어보겠다는 제작진의 속셈이 아닐까?
그리 큰 세트장이 없어도, 많은 유명 배우가 나오지 않아도, 화려한 CG 장면을 많이 넣지 않아도, 아이디어 하나로 끝까지 밀고 간 작품이었다.
그런데 진짜 궁금하다. 맷은 주유소에서 어떻게 기름을 넣고 돌아왔을까? 비자금이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