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Nomis, 2018
감독 - 데이비드 레이먼드
출연 - 헨리 카빌, 벤 킹슬리, 알렉산드라 다다리오, 브렌단 플레처
형사 ‘마샬’은 프로파일러 ‘레이첼’과 함께 여대생 실종 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들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전직 판사였던 ‘쿠퍼’는 ‘라라’와 함께 성범죄자들을 함정에 빠트려 거세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라가 한 남자와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사라졌다며 쿠퍼는 그녀를 찾아달라고 경찰을 찾아온 것이다. 경찰은 그녀가 갖고 있던 추적기를 통해 라라가 있는 곳을 알아내 급습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라라는 물론 실종되었던 여대생과 그들을 납치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이먼을 발견한다. 하지만 팀원 중의 한 명이 누군가의 협박을 받고 사이먼을 풀어준다. 겨우 그를 다시 잡았지만, 사이먼은 다시 탈주하는데…….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을 보면, 어디선가 한두 번은 들어봤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중에 한 명의 이름을 보는 순간,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다른 시리즈 물에서 또라이 미친놈 주인공 역할을 했던 사람이라, 단순 조연으로 그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맞았다. 그 사람이 범인이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제정신이 아닌 나쁜 놈 역할이었다.
하여간 미친 연쇄 살인마와 형사, 프로파일러, 자경단처럼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사람이라는 조합에, 상상을 초월하는 트릭으로 형사들을 가지고 노는 범인이라는 설정은 재미가 없으면 이상한 구성이다. 거기다 감독은 보는 이의 뒤통수를 세 개 후려치겠다는 각오를 다졌는지, 반전에 또 반전을 넣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지루했다. 얼마나 지루했냐면, 영화를 보면서 왜 이 작품이 이리도 지루한지 생각할 정도였다. 음, 우선 영화를 너무 전형적으로 만들어서가 아닐까 싶다. 스릴러 장르 영화를 보면, 가끔 경찰 내지는 주인공의 동료가 악당의 공격으로 죽는 장면이 있다. 대개 자동차에 폭탄이 설치되거나 암살자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꼭 비슷하게 나오는 구도가 있었다. 이 작품에서도 그 구도는 그대로 사용되었다. 그 때문에 그 장면이 시작되자마자, ‘설마 저거 폭발해서 죽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틀리지 않았다. 그런 장면이 몇 개 더 있었다. 그래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고 초조해하는 일은 없었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까지도! 아무리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안전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주인공이나 다른 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잘 따라가기가 어려워서, 공감할 수 없었다. 내가 형사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형사가 저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행동들이 몇 개 있었다. ‘프로파일러가 저런 짓까지?’ 내지는 ‘왜 저 형사는 저기서 저렇게 멍하니 보고만 있는 걸까?’ 등등.
소재는 좋았는데, 그걸 잘 살리지 못한 작품 같았다. 아쉬웠다. 차라리 유튜브 게임 영상을 보는 게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