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ㅣ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듀나 지음 / 제우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저자 - 듀나
‘클리셰 cliché’라는 건,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소설이나 영화 또는 애니를 보다보면, ‘이제 이러이러하게 되겠구나.’라든지 ‘저거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설정인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작품에서 비슷하거나 똑같이 벌어지는 특정 상황을 클리셰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듀나’는 무조건 반복된다고 클리셰가 아니라, 자기 생각 없이 반복되는 것이라 언급했다. 그리고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접했던 많은 작품들에 등장했던 여러 클리셰들을 정리했다. 그래서 제목에 ‘사전’이 들어간 것이다. 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Le Livre Secret des Fourmis’라든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Nouvelle 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이 떠오른다.
목차를 보면, 가나다 순서로 되어 있다. 사전이니까 그런 모양이다. 쭉 훑어보면서 ‘맞아 맞아, 저거 진짜 흔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예를 들면, 왜 어린이 대상 작품에서는 부모가 없는 경우가 많을까? 그리고 걸핏하면 교통사고가 나고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스토리도 많다. 거기다 별로 예쁘지 않은 안경 낀 소녀를 두고 다른 아이들이 내기를 하는데 그녀를 유혹하는데 성공하는 남자애가 안경 벗은 소녀의 모습에 반한다거나, 그리 매력 있어 보이지 않는 남자에게 누가 봐도 매력적인 여자들이 따라다니는 경우, 주인공이 총을 맞지만 그걸 막아주는 뭔가가 있는 경우 등등. 제목만 봐도 생각나는 영화나 소설, 애니들이 있었다.
책은 단순히 용어 설명으로 끝나지 않고, 대표적인 영화나 소설 등을 덧붙여 소개한다.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미 철지난 수법이라거나 변형이 되어 아직도 잘 사용되고 있다는 식의 멘트와 함께 말이다. 꽤 공감이 가는 말들이 많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요즘 영화를 보면서 그리 집중을 못하거나 지루하게 느끼는 건 저런 클리셰들이 너무 많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특히 난 호러추리스릴러sf판타지 장르를 좋아해서 주로 그런 쪽의 작품들만 보고 있다. 그런데 너무 대놓고 설정이나 상황이 비슷비슷하면, 깜짝 놀라는 일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혹시가 역시나가 되면, 흥미가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몇몇 작품들은 그런 클리셰들을 써먹으면서 약간의 비틀기를 통해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그 비틀기 역시 하나의 클리셰가 되기 마련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맞는 모양인가보다.
그렇다고 클리셰를 쓰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어떤 장르건, 시시콜콜 모든 배경을 설명하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다 알 수 있는 설정을 쓰기 마련이다. 너무 과하게 쓰면 문제가 되지만, 적당히 양념으로 사용되면 몰입도를 높일 수도 있고 좋다고 생각한다.
문득 저런 클리셰를 다 사용하지 않은 작품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양념이 사라져서 밍밍한 작품이 될까 아니면 신선하고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 될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