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Little Evil, 2017
감독 - 일라이 크레이그
출연 - 에반젤린 릴리, 아담 스콧, 클랜시 브라운, 타일러 라빈
‘사만다’와 결혼한 ‘게리’는, 그녀의 아들인 ‘루커스’와 잘 지내보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결혼식의 급작스런 돌풍에서부터 학교 선생의 기이한 자살 사건까지, 루커스의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식 사진을 찍은 전문 사진사한테서 급박한 연락이 온다. 그의 결혼식 영상에서 수상한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사진사는 게리에게 루커스가 종말을 이끌 아이라는 말을 건넨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다섯 살짜리의 행동치고는 너무 섬뜩한 루커스의 행동에 게리는 위험을 느낀다. 그는 회사 동료이자 새아빠 모임의 같은 멤버인 ‘앨’과 함께 비밀을 파헤치기로 하는데…….
영화는 포스터를 보자마자, 고전 명작 ‘오멘 The Omen, 1976’의 패러디라는 걸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영화 곳곳에서는 오멘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루커스의 의상이라든지 그네를 타는 장면 그리고 그의 여섯 살 생일 파티 장면 등등.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은 진지하기보다는 그냥 웃긴다는 것이겠다. 오멘을 밝고 경쾌하게 만들면 이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몇몇 부분에서 흐름이나 상황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코미디 영화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아, 코미디 영화가 개연성 없이 오직 웃기기위한 장치로만 가득하다는 말은 아니다. 시시콜콜 다루지 않아도 그냥 넘어가도 될 정도였다는 의미다. 각 장르마다 중점적으로 다뤄야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게리 역할을 맡은 ‘아담 스콧’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행복한 새신랑에서 아들에게 오싹함을 느끼는 아버지, 부인의 무신경함에 질린 남편 그리고 어린 아들에게 서서히 애정을 느끼고 마침내 그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로의 변신이 놀라웠다. 그의 열연 덕분에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루커스 역을 맡은 아역배우의 무표정한 연기도 괜찮았다. 웃을 때와 무표정일 때의 차이가 확실했다. 문득 오멘에서의 ‘데미안’이 떠올랐다. 그 아역배우의 미소는 그야말로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그가 악마의 자식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반면 이 작품의 루커스는 딱 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충분했다. 그런데 그게 막판의 미소와 대조되면서, 귀여웠다.
사랑과 관심은 뭐든지 바꿀 수 있다. 심지어 종말에 가까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말이다! 아, 이건 스포일러가 될까? 하지만 종말을 다룬 작품은 대개 50%의 확률로 종말 아니면 부활이니까, 스포일러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밝고 경쾌한 버전의 오멘을 본,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