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몸 - 물어보기도 민망한 은밀한 궁금증
옐 아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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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Daruber spricht man nicht, 2018

  저자 - 옐 아들러







  표지를 보면 여성이 서 있고 그 주위로 다양한 신체 부위들, 예를 들면 엉덩이 같은 부위가 그려져 있다. 제목과 방금 적은 문장을 읽고 이상한 상상을 한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런 류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하철이나 버스, 카페에서 이 책을 당당히 꺼내 읽기에는 뭔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특히 앞뒤표지 안쪽에 그려진 그림의 경우에는, 처음 볼 때 상당히 당황했다. ‘도대체 무슨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면 내가 너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고 소심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표지 안쪽의 그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못할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었다. 1장에서는 입 냄새, 방귀 냄새, 발 냄새 같은 것을 다루고 있었다. 으아, 냄새라니! 사실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들은 정작 본인은 잘 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몇몇 경우에는 맡을 수 있지만, 대개는 남들이 먼저 맡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남에게 “나 냄새나?”라고 물어볼 수도 없고, 냄새가 난다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여기서는 그 원인과 증상에 대해 설명하며, 각 증상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몇몇 음식을 알려준다.



  2장은 성과 관련된 부분을 얘기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와 오르가즘, 생리, 성병, 피임 그리고 항문에 걸릴 수 있는 질병 등등. 1장의 냄새보다 더 심각한 부분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라도 털어놓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여기서는 자연스레 섹스와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제일 황당하고 놀라웠던 부분은 의사인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섹스 사고들이었다. ‘진짜 그런 걸 실험해보는 사람이 있다고?’라며 당황하고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상당히 무궁무진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정말 쓸데없는 방향으로 발달한 모양이다.



  3장은 무좀, 탈모, 점이나 뾰루지, 갱년기와 폐경 같은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것도 역시 남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보이고 싶지 않은 문제들이다. 몇몇 경우는 나도 겪고 있어서인지 더 집중하고 읽게 되었다.



  4장은 소리에 관한 장으로, 코골이와 몸에서 나는 여러 소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아, 코골이라니…….얼마 전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코고는 문제로 옆에 계신 분과 갈등이 있었던 나에게는 읽을수록 아픈 챕터였다.



  이렇게 대략적인 목록만 보면, 상당히 딱딱하고 진지한 의학 서적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또는 번역가)가 상당히 유쾌한 분위기로, 때로는 너무도 적절하면서 웃음이 나는 비유를 통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귀여우면서 적절하고 노골적인 그림들도 그런 분위기 조성에 한 몫 거든다.



  각 장마다 여러 증상과 그 원인, 그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이 한국 도서가 아니라, 주위에서 금방 구할 수 없는 것들도 있긴 하다.



  책을 다 읽은 내 결론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어딘가 아프면 곧장 병원에 가서 솔직하게 증상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괜히 그러다가 작은 걸 크게 만들 수도 있다. 부끄럽고 쑥스러우며 의사의 성별이 자신과 다르다고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의사는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청결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더러운 상태에서 지내는 건 더 좋지 않다.



  그렇다. 적당히 운동하고, 패스트푸드 음식을 줄이고, 청소 깨끗이 잘하고, 언제든지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돈을 열심히 벌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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