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슬립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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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Doctor Sleep, 2019

  감독 -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 이완 맥그리거, 레베카 퍼거슨, 카일리 커란, 칼 럼블리





  몇 년 전에 스티븐 킹, 이하 킹느님이 거의 30년 만에 ‘샤이닝 Shining, 1977’의 후속편을 발표했었다. 전작에서 겨우 살아남은 ‘대니’는 어떻게 성장했고, 호텔에 있던 악령들이 과연 성불을 했는지 궁금했었기에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놀랍기도 했다. 아, 이런 세계관이라니!



  대니는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호텔에서의 트라우마와 이후 그를 찾아오는 악령 때문에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엄청난 샤이닝 능력을 가진 ‘아브라’라는 소녀가 연락을 해온다. 샤이닝 능력을 가진 소년을 죽여 그 힘을 빼앗는 집단을 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트루낫’이라는 이름의 그들은 엄청난 힘을 가진 아브라를 목표로 삼는다. 이를 알아차린 아브라는 같은 능력을 가진 대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킹느님의 소설 ‘샤이닝’과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영화 ‘샤이닝 The Shining, 1980’의 결말이 다르다. 원작 소설인 ‘닥터 슬립 Doctor Sleep, 2013’은 당연히 소설 샤이닝의 결말과 이어진다. 사실 소설 샤이닝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는 큐브릭의 영화가 제일 유명하지만, TV용 영화도 있긴 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어떤 버전의 엔딩을 따를지 궁금했다. 소설일까? 영화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독은 두 작품, 그러니까 영화와 소설을 적절히 결합하여 매끄러운 흐름을 보여줬다. 무척이나 영리한 스토리텔링이었다. 제일 궁금했던 다른 결말의 두 버전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버렸다. 신의 한 수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의 속편이 아니라, 킹느님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마이크 플래너건의 영화 ‘닥터 슬립 Doctor Sleep, 2019’였다.



  대니 역을 맡은 ‘이완 맥그리거’는 폐인 역할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고, 트루낫의 리더인 ‘로즈’ 역을 맡은 ‘레베카 퍼거슨’은 사악한 미녀 분위기를 잘 살렸다. 아브라 역의 ‘카일리 커란’은 어린 나이지만 당찬 전사라는 역을 잘 소화했다. 특히 아브라가 능력을 발휘하여 로즈와 맞서는 장면은, 소설에서 상상했던 그 이상의 환상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아, 그걸 저렇게 표현하다니!’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영상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건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문제인데, 영화를 너무 무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배우들도 적재적소에 잘 어울리게 뽑고, 이야기의 흐름도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도록 잘 만든다. 영상 또한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잘 그려낸다. 보다보면 다른 데도 눈을 돌리지 못하게 흡입력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차곡차곡 감정과 갈등을 쌓아가는 건 잘 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터트리는 게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그냥 무난하게 흘러가서 무난하게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게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래서 이 감독의 영화는 애타게 기다려지지는 않지만, 설정이나 작품 소개를 보면 영상에 혹해서 보고 싶기도 한데, 보고나면 그냥 무난했다는 감상만 남곤 한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고, 별점 한 개도 주기 아까운 그런 작품들인 건 아니다. 다만 3개 이상은 넘어가기 힘들어서 문제다. 물론 이 작품은 킹느님의 후광이 있어서 별을 4개 줄 거다. 감독 이름을 봤을 때,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요즘은 과학 기술의 발달로 킹느님의 환상 세계를 잘 표현해줘서 기쁘기만 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그의 소설이 영화화될 것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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