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썰록
김성희 외 지음 / 시공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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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 김성희, 전건우, 정명섭, 조영주, 차무진




 

  좀비가 언제부터 유행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죽은 시체가 되살아나 다른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설정은 상당히 공포스러우면서 또 매력적이다. 물론 홍콩에서 만든 강시는 귀엽고 코믹한 이미지로 남아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좀비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핫한 아이콘의 하나이고, 다양한 장르로 발전해왔다. 오리지널로 창작하는 것도 모자라, 이미 존재하는 기존의 작품에 변형을 가하기도 했다. 그런 작품들이 거의 영미권 문학쪽에서만 발견되어서 아쉽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도 그런 시도를 한 작품이 있다는 소식에 ‘오오!’하며 설렘과 반가움이 앞섰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 재미있다고, 꼭 읽어보라고 권할 정도였다.



  『관동행: GAMA TO GWANDONG』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關東別曲, 1580’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관동별곡에 얽힌,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다. 십여 년도 동안 유배지에 있던 정철이 갑자기 관찰사로 임명된 이유, 그리고 부임지로 가는 길에 겪은 목숨을 건 사투 등등. 거기다 사람들의 신의와 배신, 충정 등이 잘 드러나 있었다. 여기서는 좀비를 ‘걸귀’라고 부른다.



  다 읽고 기억에 남은 건, 뭐니 뭐니 해도 김치였다. 역시 김치는 좋은 것이다.




  『만복사 좀비기』는 ‘매월당 김시습’이 조선 초기에 저술한 ‘금오신화金鰲新話’에 수록된 ‘만복사저포기 萬福寺樗蒲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배필을 구하고자 불상과 저포놀이로 내기를 한 양생에 관한 내용인데, 여기서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그런데 시귀에게 쫓겨 만복사에 숨어있는 상황에서도 배필을 구해야한다고 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고자 그런다고 하는데, 흐음. 그런 상황에 아이 낳고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마지막 반전이 멋졌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그리고 죽은 아버지』는 ‘주요섭’이 1935년에 발표한 ‘사랑손님과 어머니’가 원작이다. 여섯 살 난 ‘옥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는 것이다. 오랜 병으로 괴팍해진 아버지와 시댁 식구들까지 건사하며 고된 시집살이를 하는 어머니, 그리고 의사인 사랑손님.



  아, 옥희 어머니에게 반해버렸다. ‘엄마는 참는 여자가 아니야.’라니! 그리고 시댁 식구들과 자신을 험담하던 마을 사람들에게 가차 없이 휘두르던, 읍읍 여기까지.




  『운수 좋은 날』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1924’를 각색했다. 다른 작품들은 소설 속의 시간대를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 이야기만 배경이 현대다. 채식 주의자였던 작가가 어느 날부터 육식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러다 우연히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하면서 사고를 당하고, 이후 자신의 입맛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김첨지’와 그 아내의 슬프면서 어쩐지 화도 났던 그런 이야기가 어쩐지 액션 활극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고기를 못 먹는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슬픈 이야기였다.




  『피, 소나기』는 ‘황순원’의 ‘소나기, 1953’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소녀가 죽은 그 이후를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소제목을 보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잔망스러웠던 소녀는, 계속 잔망스러웠다. 그리고 소년은 소녀를 너무 사랑했다. 이건 좋아한다는 걸 넘어서는, 진정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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