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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범죄
문국진 지음 / 예담 / 2006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 - 문국진
범죄의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낸, 명화 속에 나타난 여러 범죄 장면들을 설명하는 책이다. 특히 성경에 나오는 여러 살인 장면들, 예를 들면 ‘카인’의 ‘아벨’ 살해라든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그리고 이스라엘 여인 ‘유디트’의 바빌로니아 장군 참수 등을 그린 명화들을 보여주면서, 거기에 얽힌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는 빠지지 않았고, 역사적 인물의 초상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가 법의학자라서 그런지, 사후 강직이라든지 사망 전후의 신체 변화 같은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이쯤에서 왜 그런 잔혹한 범죄 현장을 그림으로 굳이 남겨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아름답고 예쁜 것만 봐도 남겨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저자는 그것을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그림으로 남겨 후대에 교훈과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고 얘기했다.
그럼 현재 우리가 범죄 수사물이나 범죄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을 보는 거나, 과거의 사람들이 범죄 장면을 그린 그림을 보는 게 비슷한 이유라는 걸까? 지금은 CCTV나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범죄자나 피해자의 모습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얘기한다. 또한, 발달한 과학 기술로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거 사건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사건 얘기를 하면서, 현대의 범죄 프로그램은 풀리지 않는 범죄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과거 사람들이 그림으로 남긴 것은 아마 범죄의 미화라기보다는 범죄자의 몰락과 화가 자신의 반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잘 그려서 미화 아닌 미화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범죄 장면을 그린 그림들에 관한 얘기뿐만 아니라, 범죄의 대상이 된 그림도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도둑맞은 명화에 관한 얘기였다. 어떤 그림은 여러 번 도둑맞기도 했고, 또 어떤 그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또 어떤 이는 그림을 훔친 다음 복제품으로 돈을 벌었고, 또 다른 이는 정치적 신념을 위해 그림을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과연 그림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눈을 의심하게 하는 놀라운 문장을 봐서 읽지 말까 고민을 했었다. ‘처녀라는 말은 누구에게도 지배되지 않은 여성이라는 의미다.’라는 말이 본문이 시작하고 딱 두 페이지 만에 적혀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와, 이런 빻은 문장이 아직도!’라는 생각을 했는데, 출판연도를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도라면 성 평등에 무관심했고 성차별적 발언이 숨 쉬듯이 흘러나오던 시절이니까. 만약 다시 재출간을 한다면, 그런 문장들을 수정해서 나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책을 만든 취지도 괜찮았고, 수록된 작품들도 좋았고, 또한 그 설명이나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몇몇 문장들이 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