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서 - Behind closed doors
작가 - B. A. 패리스
‘그레이스’에게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다운증후군이 있는 동생 ‘밀리’가 있다. 그레이스에게 밀리는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어느 날, 동생과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레이스에게 잘 생긴 외모의 한 남자가 나타난다. ‘잭’이라는 이름의,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여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였다. 둘은 사랑에 빠지고, 그레이스는 잭과 결혼을 한다. 하지만 신혼여행지인 태국에 도착하자, 잭의 태도가 돌변하는데…….
이 작가의 다른 작품, ‘브레이크 다운 The Breakdown, 2017’과 ‘브링 미 백 Bring Me Back, 2018’을 먼저 읽었다. 출판 순서로 보면, 이 책이 제일 먼저 나왔는데 말이다.
이 책은 광고를 통해, 잭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밝혀졌다. 잭은 겉으로는 아내와 처제를 너무도 사랑하는 애처가이자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줄 만큼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에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학대받는 여성의 대변인인 변호사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린 처제를 볼모로 아내를 협박하며 공포에 질린 모습에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였다. 그러니 어떻게 그레이스가 그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초반에는 그레이스가 좀 답답하게 여겨졌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나오는데, 밝고 쾌활했던 그레이스가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이 그려져서 그런 모양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해결하려고 할 때마다 사태가 악화한다면, 사람은 자신에 대해 믿음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나는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과 함께, 뭔가를 더 해본다는 건 무의미하다고 여기며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그레이스가 그랬다. 여러 번 탈출과 반격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자신의 잭의 손바닥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냥 그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만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거나 반항하면, 동생인 밀리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가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보니까, 답답함은 좀 가시고 안쓰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잭에게서 벗어나려는 그레이스를 응원하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이 그렇게 쉬운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잭이 유능한 변호사다 보니까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 그는 무척이나 똑똑했다. 하아, 진짜 잭은 사악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그가 그레이스를 점찍은 이유는, 다른 아이들과는 약간 다른 동생이 있었고 그 동생에게 헌신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동생을 잘 돌볼 수도 있는 거지, 그걸 약점으로 잡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완전 X새X다.
결말은 과연 이게 먹힐까 하는 의문이 드는 마무리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경찰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을 텐데? 이런 생각과 몇몇 작품에서 나왔던 무능한 경찰을 떠올리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음, 한국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온 공권력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더 커진다. 거기나 여기나 사람 사는 곳이니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마지막 대사가 의미심장했다. 그래, 세상은 서로 돕고 사는 거야.
잭 같은 남자가 창작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거면 좋겠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