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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어 다크 홀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안나소피아 롭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Down a Dark Hall, 2018
감독 - 로드리고 코르테스
출연 - 안나소피아 롭, 우마 서먼, 이사벨 펄먼, 빅토리아 모롤레스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키트’. 그런 딸을 보다 못한 엄마와 새아빠는 문제 학생만 전문으로 가르친다는 기숙학교로 보내기로 한다. 키트는 엄마마저 자신을 버렸다고 비난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학교라지만 학생 수가 다섯 명밖에 되지 않은 곳에서, 키트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학생들에게 차례로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자기들도 몰랐던 예술적 재능이 발현된 것이다.
여학생들만 있는 기숙학교에, 갑작스러운 재능 발휘를 하는 학생들. 이런 비슷한 설정의 작품을 본 기억이 나는데, 뭐였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뭐였지? 동양 작품인지 서양 작품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볼 때마다 기록을 남긴다고 남기는데, 그게 천 편이 넘어가니까 검색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더 이상 궁리하기는 패스.
영화의 기본 설정은 괜찮았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호러도 될 수 있고 성장 드라마도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은 둘 다 어정쩡하게 다루다가 말았다. 호러적인 면은 많이 약했고, 성장 드라마적인 면 역시 그럭저럭 보여준 것 같지만 어딘지 일 퍼센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호러라기보다는, 성장 드라마로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비록 초자연적인 일이 발생하지만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재능과 예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타인의 재능을 자신의 것으로 하여 만든 작품이 과연 의의가 있을까? 자신의 작품이지만 타인의 이름을 빌려 낸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그건 재능이나 예술이라는 이름을 떠나, 집착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싶다. 과연 그런 상태에서 만들어낸 창작물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학생으로 등장한 배우 중에는 다른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오펀: 천사의 비밀 Orphan, 2009’에서 주연을 맡았던 ‘이사벨 펄먼’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과 같은 느낌을 주지 않았다. 아쉬웠다, 그녀의 이름을 보면서 어떤 오싹한 연기를 보여줄까 기대했었는데. 배우의 캐릭터가 하나로 굳어지는 걸 피한 걸까?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맡아 연기의 폭이 넓어지는 건 좋은 일이다. 지금이야 아쉽지만, 나중에 더 멋진 연기를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니까.
설정도 흥미로웠고 배우들도 기대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심심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