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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 호러 앤솔로지
이토 준지 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ホラ-アンソロジ-comic 死角, 2016
작가 - 이토 준지, 타카하시 요스케, 이누키 카나코, 아마갓파 쇼죠군,
히노 히데시. 오사다 노오토, 노로이 미치루
일본 호러 만화를 그리는 여러 작가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다. 당연히 장르는 호러.
첫 번째 이야기는 ‘이토 준지’의 『백설 공주』다. 잘 알려진 전래동화 ‘백설 공주’를 이토 준지 특유의 그림체와 흐름으로 살짝 비틀어놓았다. 아, 전래동화이긴 하지만 잔혹 동화 버전을 차용했다. 거기에 따르면 동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비극의 시작은 아빠인 왕의 성욕때문인데, 그 XX에 관한 얘기는 여기서도 다루지 않아서 아쉬웠다. 역시 그 새X의 XX를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타카하시 요스케’는 『프롤로그로 끝나는 이야기』와 『‘너구리’ 시작했습니다』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올려놓았다. 이 작가의 그림체를 보자마자, ‘아!’하고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인물이나 배경이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에 코믹한 내용이 많았지만 요괴나 귀신의 묘사는 오싹할 정도였던, ‘공포 학교’ 시리즈의 작가였다. 이번에 수록된 두 이야기도, 작가의 그런 매력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너구리 시작했습니다’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서 결말이 예상되지만, 작가의 그림체가 귀여워서 또 재미있었다.
‘이누키 카나코’ 역시 『심령내과』와 『어둠의 여자들』이라는 두 개의 단편을 선보였다. 이 작가도 딱 보자마자 ‘아!’하는 느낌표가 떴다. 이 작가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스토리에 반전을 주는 이야기를 잘 그린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작품들 역시 그런 편이었다. 특히 ‘어둠의 여자들’은 어디선가 들었거나 읽은 것 같은 내용이었다.
『문학청년』은 ‘아마갓파 쇼죠군’의 작품으로,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작가였다. 귀신이 나온다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특이한 건, 그곳의 그 누구도 그걸 무서워하거나 신기해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겁도 없이 그 귀신에게 다가가고……. 마지막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서커스 기담』은 ‘히노 히데시’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마계에 사는 일족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독립하려는 아들과 이를 막으려는 어머니의 대립이 슬프기만 했다.
『새장의 새』는 오사다 노오토의 작품인데, 뭐랄까 제일 끌리지 않았다. 그림체도 그렇고 내용도 ‘이게 뭐람?’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길들여진 사람과 길들인 사람의 유대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하다는 것만 보여주는 것 같았다.
『기분 나쁜 그림책』은 진짜 기분 나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발 없는 벌레와 발이 많은 바퀴가 득실거리는…….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중고물품은 함부로 손대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특히 사고가 있던 곳에서 나온 중고물품은 눈길조차 주지 말아야겠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이런 단편집이라도 나와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