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Metamorphosis , 2019
감독 - 김홍선
출연 - 배성우, 성동일, 장영남, 김혜준
신부인 ‘중수’는 한 소녀에게 쓰인 마귀를 쫓아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소녀의 엄마는 그를 살인죄로 고소하고, 중수의 형인 ‘강구’네 가족은 사람들의 비난 대상이 된다. 서울 근교로 이사한 강구의 가족은, 첫날부터 수상한 이웃 때문에 불안해한다. 그런데 이후, 그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아빠가 둘째 딸에게 음흉한 눈길을 보내며 욕설을 내뱉더니, 그다음에는 엄마가 반찬 맛이 이상하다는 막내아들에게 폭언을 퍼붓는다. 이후 둘째 딸이 언니에게 독기 어린 눈으로 죽여버리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인다. 그리고 급기야는 아빠와 엄마가 번갈아 가며 가족들을 죽이겠노라 흉기를 들고 덤비기까지 한다. 겁에 질린 가족들은 결국 삼촌인 중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악마를 내쫓는 구마 의식을 다룬 소재는, 오래전부터 인기 있었다. 아마 영화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1973 ’ 이후부터가 아닐까 싶은데,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작품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영화나 TV에서 일 년에 한 편 정도는 만들어지고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구마 의식을 담당한 신부 중의 한 명은 키 크고 잘생긴 배우가 등장하는 영향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이 작품에는 그런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동안 평범하고 친숙한 아빠나 엄마, 그리고 삼촌 역할을 맡아왔던 배우들이 연기 변신을 통해 오싹한 분위기 연출하고 있다. 이 영화의 악마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제목이 변신인 모양이다. 그 때문에 배우들은 무표정하거나 오싹한 미소를 짓는 악마와 다정하고 친근한 가족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그게 더 무서움을 주고 있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바뀌니까 말이다. 그래서 초반부터 이사문제로 삐걱댔던 가족은, 중반으로 가면서 갈등이 심화한다. 애써 말하지 않았던 과거 일까지 끄집어내면서 상처를 헤집고 더 깊게 파낸다.
그런 갈등 구축과 중견 배우들의 연기가 결합하면서, 극은 중반까지 무척이나 좋았다. 어떻게 갈등을 봉합하고 악마를 퇴치할지 기대가 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으로 들어가면서, 초중반까지의 적절한 긴장감과 연기가 무색하기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건 진짜 망가졌다고밖에 할 수가 없다. 후반을 맡은 작가와 감독이 바뀐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처참했다. 대놓고 ‘엑소시스트’를 연상시키는 결말은 그러려니 해도, 어째서 극의 흐름을 끊는 쓸데없는 눈물장면이 그리도 오래 들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한국 영화제작법에는 꼭 신파 장면을 넣으라는 비밀 지령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웃긴 건, 아! 이건 스포일러가 되려나? 한 명이 죽을 때는 아무도 감정을 내보이지 않고 슬퍼하지도 않으며 언급도 아주 살짝 지나간다. 그 죽음으로 누가 각성한다거나 위기감이 증폭되지도 않는다. 왜 그 사람이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총이 나오면 발사가 되어야 한다는데, 그 사람의 죽음은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다른 한 사람의 죽음은 관객들에게 울라는 큐사인을 주는 것처럼 아주 길게, 그 사람의 희생정신을 부각하려는지 질질 끌었다. 초중반까지 쌓은 점수를 후반에 와르르 깎아버리는 구성이었다.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화의 악마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었고, 방심한 가족들을 죽일 기회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죽이지 않았다. 악마가 죽인 건, 그 사람 하나뿐이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봤다. 어쩌면 악마는 가족들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길 바란 게 아닐까?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 사람의 죽음은 가족들에게 전혀 치명타가 되지 못했다. 뭐, 이후에 자책하고 후회하며 살 수도 있겠지만 영화 내에서는 그런 장면이 보이지 않았다. 악마의 계략은 실패한 걸지도…….
후반이 모든 것을 망쳐버린, 아쉬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