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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의 집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Halfway House, 1936
작가 - 엘러리 퀸
뉴저지의 한 호텔에서 ‘엘러리’는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인 ‘벤’을 만난다. 볼일만 보고 같이 뉴욕으로 가자고 약속했지만,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벤과 만나기로 했던 매제 ‘윌슨’이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그의 시체가 발견된 오두막이 이상하다. 그곳에서 엘러리는 그가 이중생활을 해왔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일주일의 반은 벤의 여동생인 ‘루시’의 남편인 외판원 ‘조 윌슨’으로, 나머지 반은 뉴욕 사교계의 유명인인 ‘캐서린’의 남편인 ‘조지프 김볼’로 살았던 것이다. 경찰은 조지프가 죽기 직전에 자신의 생명보험 수익자를 루시로 바꿨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모든 증거는 루시에게 불리하기만 한데…….
읽으면서 속이 답답해지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사건의 설정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완전히 다른 두 여인과 결혼을 하고, 몇 년 동안 양쪽에 들키지 않게 균형을 맞춰 살던 남자가 살해당한다. 범인은 누구일까? 남편의 정체를 알고 배신감을 느낀 두 아내 중의 하나 명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 게다가 재판 과정이 잘 드러나, 마치 한 편의 법정소설을 읽는 기분까지 들었다. 두 부인의 대조적인 태도도 괜찮았고 말이다.
하지만 제일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벤이었다. 그의 행동이 너무너무 답답했다. 어쩌면 엘러리 퀸은 로맨스에 약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벤의 캐릭터는 뭔가 이상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는 사건 현장에서 증거품을 하나 주웠고 그걸 경찰이나 엘러리에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그걸 몰래 주인에게 되돌려준다. 그 주인은, 캐서린의 딸인 ‘앤드레아’였다. 그러니까 그는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반해서, 주요 증거품이 될 수 있는 물건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겼다가 돌려준 것이다. 결국, 그 때문에 자신의 여동생이 유력 용의자가 되어 감옥에 가고 말이다! 이런 멍청한……. 그 때문에 루시가 겪지 않아도 될 일을……. 다행히 엘러리가 모든 것을 보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오빠가 아니라 원수가 될 뻔했다. 벤이 주요 인물 중의 하나였기에, 나오는 분량이 많았다. 그래서 읽다가 흥분하는 때도 많았다. 어쩐지 벤이 나오는 장면들이 다 화가 나는 내용의 연속이었다. 야, 그 여자 숨기려다 네 동생이 죽겠거든? 그 여자 약혼자도 있거든? 속으로 욕을 해가면서 읽기는 또 오랜만이었다. 엘러리 퀸이 왜 저런 사람하고 친구를 했었는지 의아했고, 그렇게 속 터지게 해도 친구라고 도와주는 걸 보고 엘러리는 역시 대인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건의 해결은 엘러리 퀸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아주 사소한 증거 몇 가지로 진실이 밝혀진다. 범죄가 발생한 직후, 최초로 출동하는 경찰의 초동 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주나’는 여전히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