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Warning: Do Not Play, 2018
감독 - 김진원
출연 - 서예지, 진선규, 지윤호, 차엽
차기작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던 ‘미진’은 후배에게서 한 대학 영화학과의 졸업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상영 도중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뛰쳐나갔다는 소문만 무성한 ‘암전’이라는 작품이었다. 그걸 만든 감독마저 행방불명되었다는 얘기에, 미진은 그 필름을 찾기로 한다. 아는 선배를 통해 영화 파일을 입수한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그녀는 악몽에 시달리고, 갑자기 그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서 연락이 오는데…….
영화를 보면서, 몇 개의 다른 작품들이 떠올랐다. 우선 ‘존 카펜터’ 감독의 ‘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 1995’와 ‘담배 자국 Cigarette Burns, 2005’ 그리고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여우령 女優霊 Don't Look Up, 1996’이었다. 존재한다는 소문만 무성한 작품을 찾아다니는 거나, 뭔가를 찾아다니는 도중에 기이한 일을 겪고 그게 공개되자 혼란에 빠지는 설정 그리고 죽은 배우의 원혼이 떠돌아다닌다는 설정 등에서 자연스레 저 작품들이 연상되었다.
다른 작품들과 설정이 비슷한 영화는 많다. 하지만 어차피 클리셰라는 건 돌고 도는 거니까, 그런 비슷함 속에서 어떻게 감독의 독창성과 개성을 드러내냐가 문제일 것이다. 그걸 잘하면 명작이 되는 것이고, 못하면 그저 그런 아류작으로 남는다.
그러면 이 영화는 어떨까? 이번 작품이 두 번째 장편인, 그것도 10년이라는 공백을 가진 감독과 그나마 얼굴을 알아보는 배우는 남자배우 단 한 명. 그런 이유로,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평타만 치면 좋겠다는 기대뿐이었다.
그런데 처음 예상과 달리, 영화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극의 흐름이나 분위기는 안정적이었고, 음울하면서 밝음과 어두움의 경계가 뚜렷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두운 장면이 좀 많았다는 정도? 환상과 현실, 꿈과 망상이 뒤섞이면서 혼란스러울 수 있었지만, 그것 역시 잘 포장해서 극의 분위기를 묘하게 이끌었다.
또한,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미진 역을 맡은 ‘서예지’가 보여주는 초반과 후반의 분위기 차이는 놀라웠다.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다. 단순히 안경이 있고 없고의 차이만이 아니었다. 시선 처리라든지 표정, 어조 그리고 자세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몇몇 고어스러운 장면이 있는데, 감독의 전작을 생각하면 뭐……. 내 기억 속의 그 작품과 비교하면, 이번 영화가 좀 약했다고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고 나서 꽤 만족스러운 영화를 발견해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