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abrina , 2018
감독 - 록키 소라야
출연 - 루나 마야, 크리스천 스기오노, 사라 위제이얀토, 리셸 조젯 스코니키
초등학생인 ‘바냐’는 완구회사 사장인 숙부와 의류 디자이너인 숙모랑 함께 살고 있다. 숙부와 숙모가 그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있지만, 바냐는 죽은 엄마를 그리워한다. 어느 날, 바냐는 학교 친구에게서 ‘찰리 찰리’라는 한국의 분신사바 비슷한 게임과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아이패드 앱을 알게 된다. 바냐는 엄마의 유령을 불러내기로 마음먹는다. 숙모는 그런 바냐를 위해, ‘사브리나’ 인형을 선물한다. 그리고 바냐는 엄마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바냐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녀의 엄마는 악귀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사브리나 인형을 둘러싸고 가족들에게 기이한 일이 연이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인형과 악령, 그리고 귀신을 불러내는 게임 설정만 보면 생각나는 영화가 많이 있다. ‘사탄의 인형 Child's Play, 1988’이라든지 ‘위자 Ouija, 2014’라든지 ‘애나벨 Annabelle, 2014’ 그리고 ‘분신사바 Bunshinsaba, Ouija Board, 2004’ 등등. 이 작품은 거기에 최신식 문물인 아이패드용 앱을 하나 덧붙였다. 진짜 그런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꼬꼬마 애들의 코 묻은 돈을 악용하려는 장사꾼의 속셈이 아닐지 싶다. 하여간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소녀의 강한 염원과 찰리 찰리 게임 그리고 인형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강한 존재를 불러왔다. 악령을 없애려는 자들과 다 죽여버리겠다는 악령의 대결은 볼만했다. 거기에 숨은 비밀 설정까지 슬쩍 추가되면서, 영화는 반전을 꾀했다.
한 시간 50분 정도 되는 영화는 전반부는 인형을 둘러싼 기이한 일들을 다루고, 후반은 악령을 퇴치하기 위한 퇴마사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꼼꼼히 따져보면 들어가 있어야 할 장면들 다 들어가 있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설명을 잘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너무 길다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의 감독이 누구냐면, 얼마 전에 리뷰를 쓴 ‘제3의 눈 The 3rd Eye, Mata Batin, 2017’ 시리즈와 ‘수사나 산 채로 묻힌 여자 Suzzanna: Buried Alive, Suzzanna: Bernapas dalam Kubur, 2018’를 만든 사람이다. 지금까지 이 감독의 영화를 본 느낌은, 익숙한 설정 여러 개에 독특한 설정 한두 개를 넣어 어디선가 본 장면으로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화는 매끄럽게 잘 흘러가지만, 독특한 장면을 제외하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너무 길고, 어떤 부분에서는 진행이 늘어져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사브리나 인형이 아이들에게 잘 팔린다는 영화의 설정은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포스터를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무섭게 생겼다.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통학버스에서도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고 껴안고 노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거 안고 자면 악몽 꿀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