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Peppermint, 2018
감독 - 피에르 모렐
출연 - 제니퍼 가너, 제프 헤프너, 케일리 플레밍, 존 오티즈
딸 ‘칼리’의 열 번째 생일을 맞아 온 가족이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남편 ‘크리스’의 친구들이 조직의 마약을 훔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조직에서 크리스도 한패라 생각해, 총격을 가한 것이다. 눈앞에서 남편과 딸을 잃은 ‘라일리’. 그녀가 범인을 지목했지만, 조직은 판사를 매수하고 그녀를 약물 중독자로 몰아붙인다. 결국, 판사는 남편과 딸을 죽인 조직원을 풀어주고, 라일리에게는 정신병원행을 판결한다. 구급차에서 탈출한 라일리는 복수를 다짐한다. 5년 후, 그 재판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하고, 언론과 경찰은 라일리를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꽤 오래전에 ‘모범시민 Law Abiding Citizen, 2009’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가족을 살해한 범인을 풀어준 공권력에 저항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저 영화의 어머니 버전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라일리는 우선 가족을 살해한 조직원을 죽이고, 뒤이어 매수당한 판사를 죽인다. 그리고 조직 전체에 대항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매수당한 경찰까지 밝혀낸다. 5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자세히는 안 나오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강해졌다. 남자 셋을 죽이고 놀이동산의 관람차에 달아둘 정도로 말이다. 도구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놀라웠다. 물론 놀이동산 주인은 무슨 날벼락인지 싶겠지만.
영화는 초반 재판장면까지는 보는 내내 속 터질 정도로 답답하다. 범인을 정확히 지목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병원에서 의식을 못 찾고 있는 동안, 조직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동원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아, 진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었다. 그러다 5년으로 점프를 하면서, 상황은 좀 달라졌다. 그녀의 복수가 시작되었으니까. 격투술은 물론이고, 폭탄설치와 총과 칼을 이용해 그녀는 남편과 딸을 죽인 대가를 받아냈다. 물론 그녀에게 반격하기 위해 조직이 비겁한 수를 쓰긴 하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아, 진짜 거기서 그런 수를 쓸 줄은 몰랐다. 도대체 못 하는 게 뭔지 궁금할 정도였다.
좀 더 통쾌하고 속 시원하게 복수해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 이상의 선을 넘었다가는 국가 차원에서 그녀를 주시할 가능성도 있었다. 딱 좋을 때, 적절한 방법으로 마무리를 지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네 조직 살리자고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으로 보내는 건, 인간이길 포기한 게 아닐까 싶다. 적어도 누군가 가족을 잃고 슬퍼한다면, 내가 그 가족을 죽인 사람이 아닌 제삼자라면, 적어도 이를 조롱하거나 놀림거리로 삼으면 안 될 것이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