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gatha Christie's Poirot, 2000
출연 – 데이빗 서쳇, 휴 프레이저
포와로 일곱 번째 시즌은, 두 편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2000년에 방영되었다고 한다. 6시즌 방영이 1996년이었는데, 무려 4년이 지난 뒤에야 7시즌이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니 포와로 역할을 맡은 ‘데이빗 서쳇’의 얼굴이 많이 야위었는데,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The Murder of Roger Ackroyd』는 장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The Murder of Roger Ackroyd, 1926’이 원작이다. ‘로저 애크로이드’가 자기 집에서 살해당한다. 그는 마을의 유지이자 깐깐한 대기업의 사장이며, 부인 사후 다른 여인과 친분을 맺고 있어 의붓아들과 갈등이 있는 사람이었다. 특이한 것은, 그가 있던 방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점이다. 마침 그 마을에는 애크로이드와 오랜 친구인 포와로가 호박 재배를 하며 살고 있었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젭 경감과 함께, 애크로이드를 살해한 자를 찾기로 한다.
원작은 마을의 의사 시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포와로의 시점으로 극이 진행된다. 그 때문에 소설보다는 좀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으음, 왜 공정하다는 말이 나오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 그건 스포일러니까. 물론 7년만 있으면 출판된 지 거의 100년이 돼가는 작품이니 상관없으려나? 이번 이야기에서 범인의 알리바이 조작에 사용된 것은, 녹음기였다. 그것도 그 당시에는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지금은 박물관에서 볼 법한 그런 녹음기. 하아, 그 장면을 보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빠르고 엄청나게 이루어졌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작품을 21세기에 맞추어 재구성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음, 역시 포와로는 그냥 20세기 초반의 포와로 그 자체로 두는 것이 제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Lord Edgware Dies』는 소설 ‘13인의 만찬 13 at Dinner, 1933’을 각색했다. ‘에지웨어 경’이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한다. 집에 있던 사람들이 지목한 범인은 바로 그의 부인이자 연극배우인 ‘제인 윌킨슨.’ 그녀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었고, 둘은 그 문제로 분쟁 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시각, 파티에 참석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포와로는 생각한다. 제인 윌킨슨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흉내를 잘 내는 미국에서 온 코미디언 ‘칼로타 아담스’라는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칼로타는 이미 사망한 뒤였는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 포와로보다 미스 레몬이 더 규칙적이고 모든 것을 꼼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 서류를 정리하는데, 그녀가 더 철저한 거 같았다. 그리고 헤이스팅즈는 어쩐지 대책이 없는 사람 같았다. 지난 여러 시즌 동안 그는 친구도 많고 돈도 어느 정도 있어서 유유자적하게 놀러 다니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혼하여 외국에서 살다가 투자가 쫄딱 망해서 다시 돌아왔다. 특이하게, 부인이 그곳에 남아 남은 재산을 처분하고 헤이스팅즈는 혼자 살 곳을 찾아보려고 왔다. 그 대목에서 ‘이 나쁜 놈이! 부인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지는 혼자 편하게 런던에 와서 포와로랑 다니냐!’ 이랬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뒤처리를 맡기면 집과 땅을 판 돈으로 또 사고 칠까 봐 부인이 먼저 보냈나 보다. 그나마 포와로가 옆에 있으면 돈 날 릴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예전에 ‘페이 더너웨이’가 주연으로 나왔던 작품이 생각난다. 거기서 그녀는 명성과 허영에 찌든 제인 윌킨슨 그 자체였던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의 제인 윌킨슨은, 좀 다른 이미지를 연기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것도 괜찮았다. 이번 편에서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장면은 바로 칼로타가 포와로 흉내 내는 부분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그녀를 때려주고 싶었다. 감히 나의 포와로를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희화시키다니! 너 가만두지 않겠어!
에피소드가 두 개뿐이라서 무척 아쉬웠던 시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