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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성 살인사건 ㅣ 미스터리랜드 2
우타노 쇼고 지음, 양수현 옮김, 아라이 료오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魔王城殺人事件, 2004
작가 – 우타노 쇼고
그림 – 아라이 료지
도쿄에서 사는 초등학생 ‘쇼타’는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탐정클럽을 결성한다. 또래보다 어른스럽고 아는 게 많은 리더 ‘KAZ’와 ‘옷짱’, 이렇게 셋은 학년과 반 그리고 조 번호를 따서 ‘51분서 수사 1과’라는 이름까지 붙인다. 그들은 KAZ의 제안으로 마을 외곽에 있는 폐가와 비슷한 저택을 조사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기이할 정도로 마른 한 여인을 보고, 그 뒤를 따라갔지만 여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며칠 후, 같은 조원인 ‘미즈키’와 ‘카츠라기’까지 가세하여, 재조사에 들어간 아이들. 밀실인 별관에서 유모차에 실린 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너무 놀라 건물에서 나온 다섯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들어간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에 유모차는 물론이고, 시체가 사라졌다! 건물에서 나오거나 들어온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의견이 분분하고 영문을 몰라 하던 중, 멀리 떨어진 오사카에서 그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성인이 아닌 아동용 추리소설로 분류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 같은 작품들에서 다루는 사건들이, 이 작품보다 더 잔인하고 막장 드라마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은, 초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보다 더 건전한 것 같았다. 아, 여기서는 아이들이 직접 시체를 발견하니 그건 아닌가?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으로만 따지면, 이 책의 아이들이 코난이나 김전일에 나오는 아이들보다 더 시니컬한 것 같다. “‘저는 여러분의 행복을 제일로 생각합니다’라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정치가일수록 음험하고 나쁜 짓을 해.”라던가,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귀여운 목소리와 행동이 잘 먹힌다는 걸 알고 실행에 옮긴다거나, “인간이라는 건 재미있는 동물이라서 말이지, 상상으로 체험을 보완하는 거지”라고 주장하고, 몰래 남의 집에 들어온 게 들통나면 내신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도 한다. 초등학생이! 하긴 마이다 히토미도 시니컬하기로 따지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았다. 약간 삐딱하게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 캐릭터가 이 작가의 특징인 모양이다.
위에서 언급한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처럼, 이 이야기도 직접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닌 경찰이다. 키요미의 사촌오빠가 수사 1과에서 근무한다는데, 그가 아이들과 경찰의 연결고리로 등장한다. 아이들은 그에게 조사한 모든 것을 다 밝히고, 그는 그걸 바탕으로 현지 경찰과 협조하는 식이었다. 물론 나중에 아이들에게 밀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직접 설명해주긴 한다.
그걸 읽고서야 왜 그렇게 방이 나누어져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하긴 작품에서 뭔가 등장하면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걸 그렇게 이용하는 거였는지는 몰랐다. 역시 수련이 부족해!
아이들의 톡톡 튀고 독특한 개성에 ‘귀여워!’를 연발하다가, 살인이 벌어지면서 ‘어떡해~’하고 발을 구르고,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에서는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정까지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약간 두툼해 보이지만, 글자 크기가 좀 크고, 중간에 그림까지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조사를 해보니, 이 책은 ‘미스터리랜드’라는 시리즈 중의 한 권이라고 한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을 목표로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몇 명의 추리 작가들이 어린이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설을 내놓았다고 한다. 역시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내 예상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