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Men in Black: International, 2019
감독 - F. 게리 그레이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테사 톰슨, 리암 니슨, 엠마 톰슨
어린 시절 외계인을 만난 한 소녀가 있다. 그녀는 외계인에 관한 연구를 커서도 계속했고, 마침내 스스로 MIB 조직을 찾아내기에 이른다. 그런 재능을 높이 평가한 조직에서는, 그녀를 영입한다. ‘에이전트 M’이라는 이름을 받은 소녀는, 최고 요원이라는 ‘에이전트 H’와 함께 현장에 투입된다. 그런데 사건을 해결했다고 안도하는 순간, 그들은 아무도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예전에 이 시리즈를 처음 보았을 때, 무척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인 외계인을 다루기도 했고, 농담과 진지를 넘나드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 대결도 재미있었다. 특히 지구에 외계인들이 인간 모습으로 숨어살고 있다는 설정은, ‘맞아, 저 사람 인간이 아닌 거 같았어!’라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첫 번째 이야기는 그야말로 최고였고, 두 번째 이야기는 전편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즐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는 갈수록 별로지만 이정도면 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아쉬웠지만,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네 번째 이야기가 만들어졌는데, 새로운 배우들을 기용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제목인 인터내셔널답게, 미국이 아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아마 이번 이야기가 잘 되면, 이 배우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리즈가 이어질 계획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런 일이 과연 일어날까 의문이다. 물론 사람들의 시각이나 취향은 서로 다르니까, 다음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걸 볼지는 모르겠지만.
주연을 맡은 두 배우도 전작에서 연기를 못한다는 평은 받지 않았고, 조연을 맡은 배우들 역시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번 작품에서는 뭔가 많이 아쉽다는 느낌만 들었다. 전작에서 주연을 맡은 ‘윌 스미스’는 까불까불하고 농담 따먹기를 좋아하는 캐릭터였지만, 진지하게 할 때는 진지한 분위기를 잡곤 했다. 거기에 ‘토미 리 존스’가 묵직하게 무게를 잡아주다가 가끔 빵 터지는 개그를 날리며 균형을 맞췄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아쉬웠다. 최고의 요원이라는 에이전트 H 역을 맡은 ‘크리스 헴스워스’는 어쩐지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Ghostbusters, 2016’에서 연기했던 백치미 비서를 연상시키는 연기를 보여줬다. 최고 요원이라는 게, 능력이 아니라 얼굴로 뽑힌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활약상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가벼움을 묵직하게 눌러주기에는 ‘테사 톰슨’의 캐릭터의 성격 역시 그러지 못했다. 카리스마는 하나도 없고, 그냥 어리바리한 신입 그 이상도 그 아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혹시 ‘리암 니슨’이 토미 리 존스의 역할을 해줄까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영화는 그냥 새로운 외계인의 모습이라든지 재기발랄한 신무기, 그리고 CG와 농담 따먹기만으로 가득했다. 스토리가 있기는 했는데 몰입할 정도로 흡입력이 있지 않았고, 장면 역시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을 정도로 멋진 부분은 없었다. 그냥 요즘 핫한 배우들 데려다가, 예전에 짭짤하게 재미 봤던 설정에 몇 가지 더 추가해서 돈이나 벌어보자는 속셈 같았다.
이건 마치, 예전에 좋아했던 추억의 과자가 리뉴얼되어 나왔는데 똥맛이 나는 것과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