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Boar, 2018
감독 - 크리스 선
출연 - 존 자렛, 네이단 존스, 빌 모슬리, 어니 딩고
한 가족이 친척을 만나러 길을 떠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로 강도 있고 산도 있는 조용한 장소였다. 그곳에서 양을 기르는 친척 집에 도착한 일행은, 한가로운 일상을 즐긴다. 그런데 그들이 알지 못했던 사실이 하나 있으니, 그 근처에서 의문의 정체에 의한 습격 살인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을 주민 중의 한 명이 그게 거대한 멧돼지라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영화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내가 사는 이 나라가 영화의 배경인 곳보다 영토가 적고, 인터넷도 그곳보다 더 빠르고 잘 연결되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는 SNS만 잠깐 봐도, 다른 동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사고가 생겼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아마 거대한 멧돼지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거나, 캠핑을 즐기던 커플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 SNS와 포털 사이트들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인 곳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인터넷이나 와이파이가 뭔지도 모를 사람들만 잔뜩 등장한다. 그러니 옆 농장 사람이 죽어도 사람들이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괴생명체가 활보하는데 조심하라는 경고도 없다. 그나마 경고하려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이웃에게 전화하다가 ‘안 받네요’라는 걸로 끝이다. 야, 전화를 안 받으면 문자라도 해야지! 카카오톡이나 라인, 텔레그램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진짜. 설마 와이파이나 인터넷 연결 안 되어있니, 그 동네엔?
그냥 운 좋으면 멧돼지 안 만나서 사는 거고, 운이 나쁘면 수영하고 산책갔다가 들판에서 멧돼지 만나서 죽는 거다. 이 세상에 오는 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말이 딱 맞는다. 마을 주민이건 아니건, 나이가 많건 아니건, 싸가지가 있건 없건, 순전히 운이었다. 생각할수록 어색하다.
그러니 영화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그냥 지루했다. 그 부분을 만회하려고 멧돼지 시점이나 사람들이 잔혹하게 죽어 나가는 장면을 집어넣은 것 같은데, 별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야기 흐름이 시선을 잡아끌지 못해서 다른 곳을 보고 있으니, 슬쩍 지나가는 그런 장면들이 보일 리가 없다. 거기다 인물들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고.
국토가 넓다는 게 어떤 부분에서는 안 좋은 거 같다.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고, 같은 지역에서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긴 그래서 미국에서도 사막 지역에서 암약하는 연쇄살인마 집단을 다룬 작품들이 많았지. 여기도 그런 거 같다. 보아하니 한두 번 공격한 거 같지 않은데, 그렇게 멧돼지가 사람을 죽이고 다녀도 아무도 몰랐다. 치안의 부재인지, 경찰의 무능력인지 아니면 이웃끼리 별로 안 친한 거였는지 모르겠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멧돼지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