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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 보급판 (1disc)
연상호 감독, 공유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Train To Busan, 2016 2016.7
감독 - 연상호
출연 - 공유, 정유미, 마동석, 김수안
유능한 펀드 매니저인 ‘석우’. 일에 빠져 사는 바람에 아내와도 이혼하고, 어린 딸 ‘수안’도 소홀히 하게 된다. 자신의 생일 날, 부산에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가겠다는 딸을 데리고 부산행 열차에 타게 된다. 그런데 서울역에서부터 소란스럽더니, 급기야 막판에 열차에 올라탄 상처 입은 소녀가 좀비로 변하여 승무원을 공격한다. 피할 곳이 없는 열차 안에서 사람들은 무차별적으로 좀비화가 되고, 몇몇 사람들만 안전한 객실로 피하게 된다. 그곳에서 석우는 임산부인 ‘성경’과 그녀의 남편 ‘상화’, 고등학교 야구부원인 ‘영국’, 같은 학교 응원단장인 ‘진희’, 노숙자 그리고 운송회사 상무인 ‘용석’과 만난다. 마침내 그들은 지휘소의 지시대로 안전하다는 대전역에 도착하지만…….
부산은 우리나라 남부에 있는 대도시다. 6.25 전쟁 때도 그곳까지는 북한군이 오지 않아 피난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여기서도 부산은 좀비 사태에서 안전한 최후의 보루로 나온다. 어쩐지 부산은 꿈과 희망의 대명사가 된 것 같다.
영화는 탈출구가 없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만 알던 이기주의자에서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로 바뀐 석우나, 끝까지 이기적으로 굴던 용석, 그리고 처음부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 상화와 성경. 열차 안의 사람들은 이 세 가지 부류로 나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애쓴다. 그걸 지켜보면서 인간에 대한 희망과 절망 그리고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아직 희망은 있구나.’ 내지는 ‘세상은 살만해.’라고 안도했다. 반면에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이를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도 하고, ‘인간이란…….’이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특히 용석은 진짜 와, 그냥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의 주장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지만, 초반부터 너무 밉상이어서 그가 하는 모든 것이 다 안 좋게 보였다. 오죽했으면, 그가 마시는 산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전에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나왔던 배우가 길가다가 욕을 먹었다는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시절이었다면 아마 용석을 연기한 배우는 바깥출입하기 괴로웠을 것 같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 설정이라, 어쩔 수 없이 신파조로 흐르는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에 나오는 신파 장면은 그리 거슬리지 않았다. 다만 생각보다 그런 부분이 좀 많았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까지 사연이 저마다 있었고, 그들의 죽음을 찬찬히 보여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제일 슬펐던 부분은 자매인 할머니들이 객실 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쳤을 때였다.
영화는 좀비와 맞서 싸우는 것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더 집중한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좀비가 나오는 작품과 달리, 특이점도 있었다. 특히 이 작품에 나오는 좀비는 살아있는 인간의 장기 자랑이나 식사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달리기는 빨랐는데, 상화의 주먹 한 방에 쓰러지는 것이 다소 허약한 편이었다. 그 사람만 일방적으로 강한 걸까? 문득 그가 좀비가 되면 막을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장면은 없어서 아쉬웠다. 하여간 상화라는 인물덕분에 좀비와 맞서 싸우는 것은 약간 싱거웠다. 다만 수가 많이 불어난 좀비가 떼로 기차에 매달리는 장면은 좀 소름끼치기도 하고, 좀비 연기를 한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을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결말 부분에서 수안이 부르는 ‘알로 하오에’가 어쩐지 서글프게 들렸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만나자고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의 그리움을 담아 부르는 것이겠지.
좀비를 척살하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준 영화였다.
아, 이 작품 초반에 열차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역으로 심은경이 나온다. 좀비로 변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