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9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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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百鬼夜行抄, 1995

  작가 이마 이치코

 

 

 

 

  웃음 짓는 술잔은 리쓰네 마을에서 벌어진 장례식에 얽힌 에피소드이다할머니와 어머니가 상갓집에 가느라 집을 비운 사이, ‘오지로와 오구로’, ‘즈카사와 아오아라시는 파티를 벌인다이들은 무서운 귀신 얘기를 하면서 밤을 새우기로 하는데역시나 자연스럽게 온 마을의 요괴와 귀신들이 몰려드는데…….

 

  즈카사는 인간인데 어째서 요괴들과 술자리 벌이는 걸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요괴들이 주는 술과 안주는 맛이 더 좋은 걸까기회가 된다면또 안전이 확보된다면 한번 먹어보고 싶다요괴들이 파티에 빈손으로 올 수 없다고 갖고 오는 선물들이 참 난감했다죽은 사람의 머리라든지유언장이라든지죽은 아이의 눈알……인간과 요괴의 미적 감각은 많이 다른 모양이다그나저나 요괴들조차 살아생전 행실이 좋지 않았다고 혀를 차는 인간의 삶이란 도대체 어떤 거였는지 상상하기 싫어진다내가 죽은 뒤에 혹시라도 요괴들이 뭐라고 하지 않도록바르게 살아야겠다.

 

 

  가을비는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어느 집의 처마에 몸을 피한 리쓰가 겪은 일이다그 집에는 재산을 노린 숙모와 숙부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감금당한 채 학대받는 한 소녀가 살고 있었다소녀는 두 사람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숙부와 숙모는 그 증거를 없애기 위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재물에 대한 욕심과 원한공포 그리고 집념이 부른 요괴는 무척이나 막강했다.

 

 

  답례는 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사람 때문에 리쓰가 고난을 겪은 에피소드이다한 젊은 주술사가 금지된 주술을 사용한다이를 위해서는 제물이 필요한데운이 나쁘게도 리쓰와 주변인들이 희생양으로 선택되고 마는데…….

 

  몇 권인지 모르겠지만리쓰가 눈에 안대를 차고 나온 이야기가 있었다아마 이 사건과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리쓰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오지랖을 부렸는데그게 악운으로 돌아왔다리쓰나 주변 사람들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고주술사가 원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져서 나름 해피엔딩이었다그냥 훈훈한 미소를 지으면서이런 일이 있었지라는 분위기로 끝이 났다하지만 이런 의문이 들었다나에게 좋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남에게 해로운 일을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그게 리쓰니까 그 정도로 끝이 났지 일반인이었다면 목숨을 잃을 정도로 해로운 일이었는데그가 별로 다치지 않았다고 해서 좋은 게 좋다고 할 수 있는 걸까이건 가해자의 비겁한 변명을 정당화시키는 것 같았다개인이 아닌 거대 집단 내지는 국가적인 범위로 확대되었을 때도과연 좋은 게 좋다고 할 수 있을까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일본이 그렇게 오만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분홍조개의 사자는 리쓰네 집에 잠시 머물러 온어머니 친구의 이야기다하나밖에 없는 딸을 사고로 잃고 실의에 빠진 히로코’. 그런데 리쓰네 집에서 머문 그 날기이한 읽을 겪는데…….

 

  오지로와 오구로아오아라시에 기쵸까지리쓰와 관련된 요괴가 총출동했다그러니 난리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여기에 양아치 생활을 청산하고 건실한 보험설계사로 변신한 아키라의 동생인 우시오까지 끼어드니사건이 뒤죽박죽 우왕좌왕 엉망진창 야단법석이다마지막에 그녀의 선택이 좀 의아했는데……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어디든 상관없다는 걸까하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옛말도 있는데……그건 한국 속담이니까 일본하고는 안 맞는 모양이다.

 

 

  이웃을 보지 말라는 리쓰네 삼촌 이모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에피소드였다. 26년 전에 실종된 카이’ 삼촌의 사망처리를 상의하려는 날기이하면서 한편으로는 좋은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번 에피소드는 작가의 함정에 깜박 속아 넘어갔다의도를 가진 화면과 컷의 편집과 배치가 얼마나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함정에 빠트릴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이야기였다거기서 그 사람이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리고 여전히 자기 친가에 오는 걸 싫어하는 리쓰의 삼촌과 숙부들의 모습은이제는 귀엽기까지 하다어떻게 거기서 자랐을지그들의 어린 시절과 사춘기 시절 모습을 보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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