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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타임트랩 : 초시공간여행
벤 포스터 감독, 앤드류 윌슨 외 출연 / 미디어룩 / 2019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ime Trap , 2017
감독 - 마크 데니스, 벤 포스터
출연 - 앤드류 윌슨, 캐시디 지포드, 레일리 맥클렌던, 브리안 하위
고고학 교수인 ‘하퍼’는 부친이 연구하던 ‘젊음의 샘물’을 찾기 위해, 그가 남긴 단서를 따라 어느 동굴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이번에는 제자들이 그의 자취를 찾아 동굴에 도착한다. 처음에는 하루 정도면 그를 금방 찾아 데리고 갈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그건 그들의 착각이었다. 동굴 속에서 그들은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영화의 거의 모든 배경은 동굴 안이었고, 등장하는 사람도 열 명을 넘지 않으며, 유명 배우도 없었다. 하지만 영화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에는 어린애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간 동굴에서 기이한 종족을 만나 고군분투하는, 영화 ‘디센트 The Descent, 2005’ 같은 작품인가 생각했다. 그 때문에 원시인이 나와 아이들을 공격하긴 하는데, 그 분장이나 행동 등이 너무 허접해서 ‘아, 아니겠지’라는 불안이 마구 들었다. 망작인가? 그런데 교수가 동굴 밖에서 발견한 자동차라든지 실족사한 친구가 찍은 영상, 그리고 구조 요청을 위해 동굴 벽을 타고 올라간 아이가 겪는 일이 이어지면서, ‘설마? 진짜?’ 하는 놀라움이 들었다. 이후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와!’하는 감탄과 함께 즐거워졌다.
스토리는 별로지만 화려한 영상으로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반면에 영상은 평범해도 이야기 구조가 탄탄해서 만족감을 주는 영화도 있다. 영상과 이야기 구조 둘 다 좋으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런 작품을 만나는 건 극히 드물기에 둘 중 하나만 마음에 들면 그냥 신난다. 이 영화는, 내 기준으로는 영상은 그냥 그래도 이야기 구조가 좋은 부류에 들어간다.
이 작품은 공간적 배경도 제한적이고, 등장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CG라고 할 것도 초반에는 그리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썼다. 암시 복선도 적당하게 던졌다가 제대로 확실하게 회수하고, 넣어야 할 이야기는 꼭 넣고, 쓸데없어 보이는 설정은 최대한 빼고, 아이들의 감정선이나 행동도 적절했다. 결말 부분의 몇몇 장면은 좀 왜 그럴까 이상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몇몇 SF는 화려한 영상과 기막힌 CG 없이, 이야기 구조 하나로도 보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즐거움은 영화 ‘맨 프롬 어스 The Man From Earth, 2007’ 이후 오랜만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맨 프롬 어스가 훨씬 낫지만, 이 영화도 괜찮았다. 물론 CG로 가득한 영상과 멋진 우주선이나 외계인 같은 걸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일 것이다.
마지막까지 보고 든 생각은, ‘존버는 생존한다.’ 였다. 주인공 일행은 동굴에서 버텼기에 결말에서, 아! 이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