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t the Devil's Door, 2014
감독 - 니콜라스 맥카시
출연 - 나야 리베라, 애슐리 리카즈, 케이트 플래너리, 에바 에커스
이 영화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꽤 들어있습니다!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리’는 어느 집을 둘러보다가, 의문의 실종사고와 자살 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하지만 더 조사하기도 전에, 그녀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동생인 ‘베라’는 언니가 그렇게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그녀는 언니가 남긴 서류와 통화기록을 통해, 예전에 있던 자살 사건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위험이 다가오는데…….
영화는 세 여자의 행보를 보여준다. 리와 베라 자매는 물론이고, 오래전에 자살했다고 알려진 ‘한나’이다. 두 자매가 겪는 일은 현재형이지만, 한나의 이야기는 과거다. 그러니까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구별을 잘 해야 하는데, 다행히 세 배우가 뚜렷이 구별되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헷갈리지는 않는다. 한나가 자살할 정도로 괴로워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녀가 계약한 존재는 무엇인지, 그게 리와 베라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건 왜인지, 이야기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악마가 은근히 섬세하고 디테일 쩐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지금까지 악마는 이 세상에 자신의 자식을 보내, 정복을 꿈꿔왔다. ‘오멘’의 ‘데미안’이라든지 ‘워락’의 ‘워락’이라든지. 처음에는 그들을 이용해 한 번에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이제는 지역별로 하나씩 보내어 각개격파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의외로 이 방법은 꽤 효과적이었다. 예를 들어 ‘데블 핸드’의 ‘메리’라든지 이 작품의 어린 여자아이 등이 있다. 아, 이거 스포일러인가?
이왕 스포일러한 김에 더 해보자면, 이 영화는 거의 대놓고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의 임신에 대해 비틀어 보여주고 있다. 한나와 베라는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그들과의 관계에서 임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아기를 가졌다. 그 다른 존재와 성관계를 맺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두 사람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둘은 임신 상태였다. 이를 두려워하던 한나는 결국 자살에 성공했고, 베라는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 부분에서 악마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두 번 실패는 안 하겠다는 그 의지! 한나 때는 왜 실패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한 그 노력과 정성!
베라가 출산을 할 때, 아이의 모습이라든지 우는 소리가 다른 아기들과 매우 달랐다. 그런데 의사와 간호사는 아무렇지 않게, 귀여운 아기라며 좋아한다. 이게 베라와 병원 CCTV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 아니면 병원 관계자들이 그 존재의 추종자들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후자라면 좀 더 명확히 밝혀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아마 리와 한나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한나는 몰라도, 리의 분량은 좀 더 줄여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대신 베라의 분량을 좀 더 늘려도 좋았을 것이다.
문득 요즘 한국에서 쟁점이 되는 재판 결과를 보고 있자면,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자친구를 때려죽여도 사랑했고 술김에 저질렀으니 집행유예, 피해 아동의 나이가 열 살이지만 아동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여 강간이 아니라며 감형……. 어쩌면 이미 한국에는 악마의 후손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세상을 더 살기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별을 모호하게 하고, 가해자 위주의 세상을 만들어 폭력과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도록 조장하는 사회. 아, 그래서 헬 조선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