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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최면술사
레스티 첸 감독, 호금전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7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催眠大師 The Great Hypnotist, 2014
감독 - 진정도
출연 - 서쟁, 막문위, 호정, 여중
‘쉬루이닝’은 최면 요법으로 사람들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다. 어느 날, 그에게 스승이 찾아와 한 환자의 치료를 부탁한다. ‘렌샤오옌’이라는 이름의 환자로, 귀신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귀신을 믿지 않는 쉬루이닝은 그녀에게 최면을 걸어 치료를 시도하는데…….
최면에 관련된 영화는 많다. 아무래도 꽤 매력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과거를 캐내기도 하고, 뭔가 나쁜 일을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스파이로 만든다거나 살인범으로 만든다거나. 실제로 가능한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쓰임새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특히 몇 년 전에 개봉한 어떤 한국 스릴러 영화에는 이성에게 최면을 걸어 섹스 파트너로 삼는 설정까지 있었다. 그 영화를 과연 스릴러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포털에 스릴러라고 되어있으니 그러려니 한다. 내 마음 같아서는 그 작품 소개에 호러 스릴러라고 되어있는 걸 싹 지워버리고 싶지만.
귀신을 볼 수 있다는 환자와 최면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의 대결이라는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대개 이런 작품은 의사가 환자의 영향으로 새로운 세계, 그러니까 귀신을 보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환자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드러나면서 반전을 꾀한다. 과연 이 작품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했다. 그런데 음. 예상했던 방향 중의 하나로 극이 진행되기는 했는데, 무척이나 여운이 남는 인상적인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는 피를 철철 흘리며 끔찍한 모습의 귀신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과거를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올 뿐이다. 자신의 실수로 사랑하는 연인과 제일 친한 친구가 죽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야 할까 아니면 따라 죽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현실을 부정하고 나만의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까? 영화는 최면치료를 하는 의사와 귀신을 보는 환자를 통해, 최악이 상황을 맞이한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를 주고 있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았다.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평생 숨어 살까 아니면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할까? 그리고 만약 내가 그 사람 때문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입장이라면, 과연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아니면 평생 죄책감을 느끼고 살라며 저주를 할까?
이 작품에는 많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거의 두 주연 배우, 서쟁과 막문위가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솔직히 후반부가 되기 전까지는,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잔잔해서 왜 이 작품이 스릴러인가 의아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더니 반전이 똭! 영화를 다시 돌려보면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든지 ‘아…. 그런 거였어?’라고 감탄과 놀람을 반복했다. 반전 때문에 이 영화가 괜찮다는 평을 받는 거 같다.
초중반까지 좀 지루하겠지만 장면 하나하나 눈에 담아두면, 후반에 마구 몰아치면서 하나하나 다 풀이해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