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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Bring Me Back, 2018
작가 - B. A. 패리스
‘엘런’과의 결혼을 결심한 ‘핀’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알고 지내던 경찰 ‘토니’가 건 것으로, 12년 전 사라진 여자친구인 ‘레일라’를 보았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의 집에 작은 목각 인형 하나가 배달된다. 바로 레일라가 갖고 있던 것과 똑같이 생긴 마트료시카 인형이었다. 연이어 벌어지는 일에 혼란스러워진 핀은, 경찰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12년 전 그 날의 진실을 떠올리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한두가지 결핍된 것을 추구하는 상태였다. 핀은 첫사랑의 배신에서 느꼈던 공허함이 채워지기를, 레일라는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공포에서의 도피를, 그리고 엘런은 버림받았다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를. 이들은 그걸 서로에게서 위로받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면 좋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핀은 레일라에게 분노했고, 레일라는 이에 두려웠다. 엘런은 레일라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핀이 흔들리자, 불안해졌다.
책을 읽으면서 온갖 상상과 의문점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왜 레일라는 12년 동안 꼭꼭 숨어있다가, 핀과 엘런이 결혼할 때가 되자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걸까? 혹시 그녀는 이미 죽은 것이고 누군가 그녀 행세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1사고를 당해서, 예를 들면 혼수상태가 기억상실 같은 것 때문에 연락할 수가 없다가, 이제야 가능해졌나? 왜 그녀는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인형만 몰래 갖다 놓는 거지? 아, 배신감 느꼈나? 자기 언니랑 사귄다고? 그럼 애초에 사라지질 말았어야지! 잠깐만! 설마 핀이 레일라를 죽이고 자아분열을 일으키는 건가? 그럼 진짜 제대로 미친놈의 등장인데?
힌트가 하나 등장할 때마다 저 가설들은 내 머릿속에서 하나씩 지워지고 새로 생겨나길 반복했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중간에 잠시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까지 가져야 했다. 물론 이런 이유에는 이야기의 구성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1부는 핀과 레일라의 ‘과거’와 핀과 엘런의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물론 과거와 현재를 구별하긴 하지만, 글의 속도가 빠르고 많은 정보를 주고 있어서 생각 없이 따라 읽다가는 헷갈릴 수 있었다. 1부를 읽을 때, 다시 돌아간다거나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2부는 두 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을 진행하고 있었다. 역시 어떤 인물의 시점인지 소제목과 글씨체로 구별하고는 있었다. 같은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마 제일 많은 추측과 상상을 했던 부분인 것 같다. 3부는 오직 핀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서술된다. 그런데 앞에서 계속 교차하는 시점으로 진행되어서, 계속 소제목을 읽었다. 핀이 아닌 다른 사람 이야기인가 싶어서. 3부는 상당히 빠르고 짧게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1부가 보통 걷는 속도였고 2부는 약간 빨리 걷는 느낌이었다면, 3부는 허겁지겁 후다닥 달리는 분위기였다.
흔히 사랑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것이라고 한다. 서로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와 자신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연애라고도 한다. 이 책에 나온 세 명은 과연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연애를 했을까? 이들은 과연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얻는,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랑을 했을까 아니면 상대가 바라는 것을 채워주는, 서로 맞춰가는 배려심 있는 사랑을 했을까?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알아봤어야지.’라는 문장이 책 광고에 나오는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다. 연예인들 과거 살쪘을 때 사진이랑 데뷔하고 관리받으면서 살 쭉 뺀 사진 보면 못 알아보겠던데! 아무리 내 최애라도! 그건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오는 거 아닌가? 누군가가 사랑에 대해 엄청난 환상을 품고 있었고, 그 때문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 환상과 현실은 구별하는 게,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