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Curse of La Llorona , 2019
감독 - 마이클 차베스
출연 - 린다 카델리니, 패트리시아 벨라즈퀘즈, 레이먼드 크루즈, 마리솔 라미레즈
1973년,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두 아이를 기르는 ‘애나’. 전에 담당하던 ‘패트리샤’라는 여인의 집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경찰과 함께 방문한다. 오랜만에 만난 패트리샤는 어딘지 모르게 겁에 질려있었고, 몸에 학대의 흔적을 갖고 갇혀있던 아이들은 ‘그녀’가 자기들을 죽일 거라 떨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얼마 후, 강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다. 패트리샤는 자기 아이들이 죽은 것이 애나 때문이라며, 그녀에게도 저주가 내릴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애나와 그녀의 아이들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서양에는 ‘우는 여인 괴담’이라는 것이 있다. 아이 둘을 물에 빠트려 죽인 후, 흐느끼며 배회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그녀는 이후, 물가에 가까이 온 사람들을 끌어당긴다고 전해진다. 여러 버전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중부 멕시코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남편의 외도로 절망에 빠져 두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 여인의 이야기였다. 남편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기 위해 아들들을 죽였다는데, 흐음. 이후, 자기 아들을 대신할 아이를 찾으러 다닌다고 한다. 그냥 남편을 죽이면 더 간단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 영화에서 애나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신부는, 영화 ‘애나벨 Annabelle, 2014’에서 애나벨 인형을 들고 성당으로 가던 바로 그 신부다. 다른 성당으로 부임지가 바뀌었거나, 같은 동네가 배경일 수도 있다. 만약 똑같은 동네라면 소설가 ‘스티븐 킹’의 ‘메인’ 주에 이은 새로운 심령 스팟이 되는 걸지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했고 엄마는 그걸 믿어줬다는 점이다. 물론 그 전에 아이들은 죽을 위기를 여러 번 처했었지만, 끝까지 안 믿어줘서 답답하게 만드는 다른 영화의 어른들과 다른 점은 마음에 들었다. 다만 다른 장면에서 답답하게 만드는 연출이 들어있었다. 그건 자세히 밝히지 않겠다. 그냥 그놈의 인형이 문제다.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 ‘이번에도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다’라고 적혀있는데, 글쎄? 이쯤에서 한 번 튀어 나와주고, 그다음엔 나올 것같이 하다가 낚아주고, 아닌 것 같을 때 또 나오게 하고, 이쯤에서 한 번 고구마용으로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 오해하게 만들고 등등 너무 정석대로 흘러간 게 아닐까 싶었다. 좋게 말하면 안전하게 흘러갔고, 나쁘게 말하면 다른 작품들과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 부분은 좀 아쉬웠다.
어차피 귀신들이 나오는 패턴은 비슷해서 그런 걸까? 귀신도 사람이 죽어서 된 것이니, 살아생전 창의력이나 상상력 따위 기르지 않던 사람이 죽어서 그런 게 생길 리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자기가 살아있을 때 본 작품들에서 본 거 따라 할 테고……. 그렇게 생각하면 귀신 나오는 영화 패턴이 비슷비슷한 게 이해가 될 것이라고 감독들은 믿고 싶나 보다. 하지만 창의력 있는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되는 때도 있으니, 감독들이 그런 쪽으로 생각해봐 주면 좋겠다. 나는 죽으면 창의력 있는 귀신이 될 거야! 그래서 사람들 막막 놀래주고 그럴 거야!
그나저나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사람이 내년에 개봉할 영화 ‘컨저링 3 The Conjuring 3, 2020’의 감독도 맡았다는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