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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임경택 감독, 이시영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9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No Mercy, 2018
감독 - 임경택
출연 - 이시영, 박세완, 이준혁, 최진호
과잉 경호를 했다는 이유로 1년 6개월의 징역을 살고 나온 ‘인애’. 그런데 동생인 ‘은혜’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 날, 학교에 찾아간 인애는 같은 반 학생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동생인 은혜가 같은 반에 있는 일진 무리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은혜는 일진 무리에게 온갖 폭력과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었다. 그들은 은혜를 남자와 연결한 후, 현장을 급습해 돈을 뺏는 짓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들의 타겟이 된 남자가 폭력배와 연관이 있어서, 도리어 은혜가 술집으로 팔려갈 위기에 처하고 말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성범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이 뉴스를 차지하고 있다. 누가 더 악랄하게 저지르는지 대결이라도 하는 듯이, 범죄 연령대는 점점 더 낮아지고 더 잔혹해지고 있다. 같은 학교 급우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갈취한다거나,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동네 어른들이 돌아가며 강간하기도 하고, 지위와 권력이 있는 사람이 미성년자를 성 매수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영화는 저 사건들을 모두 은혜라는 한 아이에게 일어나게 했다. 그리고 동생에게 그런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응징하는 언니의 모습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선사하고자 한 것 같다. 특히 주연을 맡은 배우가, 다른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달리 운동 실력으로 꽤 유명세를 떨쳤기에, 은근히 기대되기도 했다. 복싱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나갔었기에, 멋진 액션 장면을 볼 수 있을 거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기대만큼 멋지지는 않았다. 이미 엄마가 딸을 찾아 장기밀매를 하는 조직과 싸우는 영화를 본 뒤라서 그런지, 보면서 몇 % 모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극에서는 뛰어난 유도 실력에 특공무술까지 가능하다는 설정이었는데, 글쎄? 중간에 룸살롱 주인과 싸우는 부분에서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가 실력자라는 설정도 없었고, 잘 싸우는 것 같지 않은데도 상당히 고전한다. 이건 그냥 배워서 잘 싸우는 게 아니라, 동네에서 주먹질 좀 하는 사람 느낌? 후반부에도 여러 명과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헛주먹을 날리는 등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다는 느낌이었다. 화끈한 액션 장면을 기대했는데, 그냥 그랬다.
또한, 이야기의 설정이 전반과 후반이 서로 맞지 않았다. 그걸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뭔가 이상했다. 두 자매의 과거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면, 은애는 동생을 그렇게 놔두면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그녀가 1년 6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을 때, 은혜를 돌봐준 사람은 누구였든 걸까? 그리고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동생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할 때 눈치챘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다 왜 응징을 그런 식으로밖에 못하는지도 의문이다. 은애에게 성매매를 시킨 고등학생들은 머리채 잡히고 몇 번 맞은 것밖에 없다. 또한, 그녀를 강간했던 동네 어른들은 손가락 부러지는 게 끝이다. 왜? 죽이는 게 싫었다면, 동생을 음흉하게 본 눈을 파버리고, 동생을 때리고 만진 손을 부러뜨리고, 성기를 잘라버릴 수도 있었잖아? 왜 안 했지? 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그리고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은애의 옷차림이었다. 학교를 찾아갈 때 그녀는 빨간 원피스와 힐을 신는다. 그리고 이후 그 차림 그대로 동생을 찾아다닌다. 마지막 싸움 부분에서는 운동화로 바꿔 신지만, 그 전까지는 힐을 신고 싸움을 한다. 감독은 첫 장면부터 그녀의 치마 속을 보일락말락 보여준다. 그리고 허벅지로 남자의 목을 조이는 장면도 연출한다. 꽤 오랫동안. 감독은 액션 장면보다는 배우의 미끈하게 빠진 다리와 허벅지와 몸매 그리고 가슴골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음, 문득 일본 만화인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 薬師寺涼子の怪奇事件簿’가 떠올랐다. 거기 여주인공이 타이트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싸우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액션이나 설정 등이 매우 아쉬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