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Dead Night, 2017
감독 - 브래드 바루
출연 - 엘리스 루스맨, 조슈아 호프먼, 제임스 바츠, 조셉 비샤라
겨울을 즐기기 위해 숲에 있는 오두막으로 향한 ‘제임스’와 가족들. 사춘기 자녀가 있는 가정답게 조금은 어색하지만, 다들 차분히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쓰러진 한 여인을 발견하여 집안으로 들이는데, 어딘지 모르게 묘하다. 아이들에게 이상한 말을 하고 케이시에게 시비를 걸며, 분위기를 이상하게 몰고 간다. 그러더니 갑자기 가족들을 공격하는데…….
한편, ‘인사이드 크라임’이라는, 우리나라의 ‘추적 60분’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방송에서 오두막에 놀러 왔다가 자기 가족을 도끼로 살해한 ‘케이시’라는 여인의 범죄 행각을 방영한다. 그들은 실종된 소녀를 찾아야 한다며, 사건을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눈치챘겠지만, 방송에서 보여준 일가족 살해 사건은 바로 숲으로 주말을 즐기러 온 바로 제임스네 가족이다. 그리고 살인범으로 지목된 케이시는 바로 아이들의 엄마이고 말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제임스와 케이시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이 겪은 사건과 방송에서 내보낸 사람들의 인터뷰와 재구성 영상, 그리고 살인범으로 지목된 케이시의 사진을 교차로 보여준다. 헷갈리지 않을까 싶지만, 친절하게도 인사이드 크라임의 방송분일 때는 방송 문구가 삽입되어있다.
영화는 이렇게 가족들의 시점에서 벌어진 사건과 나중에 경찰이 조사해서 알아낸 사건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준다. 가족들이 겪은 것은, 구해줬더니 은혜를 갚기는커녕 공격한 여자 때문에 일어난 참혹한 사건이었다. 엄마는 남은 아이들이라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 여인에게는 동료가 있었고, 그들의 등장은 엄마가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반면에 경찰이 조사한 것은, 엄마가 미쳐서 사람들을 죽이고 돌아다닌 것이었다. 다친 여인 따위는 없었다. 케이시가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미리 알리바이로 꾸며낸 것들이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그러니까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경찰의 조사가 더 확실하다. 엄마의 지문이 묻어있는 흉기, 엄마가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을 본 목격자 등등.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은 알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런데 영화는 음, 이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지만, 초반부터 뭔가 이상한 조짐이 보이더니 후반으로 가면서 극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왜 거기서 그런 흐름으로 가는 거냐고 감독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들의 존재와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이 그렇게 폭력적이어야 했을까? 하긴 그러지 않으면 자신들이 원하는 대상을 구할 수가 없었을 테고, 좋게 말로 해서 들어줄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 방법을 써야만 했을지도 모르겠다.
초반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안 그러면, 나처럼 헷갈려서 두세 번 봐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