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gatha Christie's Marple, 2010
출연 - Julia McKenzie
미스 마플의 마지막 시리즈다. 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미스 마플이 나오는 소설도 남았는데 끝이 났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지금까지 그녀가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도 각색해서 등장을 시켰으면서, 왜? 어째서? 더 만들 수 있잖아요,!! 아쉬운 마음에 보고 또 보고 그랬다.
『A Caribbean Mystery』는 소설 ‘카리브해의 비밀 A Caribbean Mystery, 1964’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카리브해의 휴양지에서 연쇄 살인범에 관해 얘기하던 한 사람이 사망한다. 미스 마플은 그의 죽음이 살인이라 생각하며, 그가 말한 살인범 이야기에 주목한다. 한편 휴양지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하는데…….
세 번째 시즌에 있는 『Nemesis』 에피소드와 이어진다. 사건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같이 사건을 해결한 부호 ‘라피엘’이 나중에 의뢰한 일을 해결하는 것이 『Nemesis』다. 휴양지에 놀러 온 사람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와 부두교 그리고 범인의 욕망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음습한 분위기의 드라마가 완성되었다. 부두교는, 음, 위험하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뺨 때리는 거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거기를 차버리고 척추를 접어버리려고 애썼을 것 같다. 어쩌면 ‘그때 그 XX를 죽여버렸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할지도?
두 번째 에피소드인 『Greenshaws Folly』는 단편집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Christmas Pudding and a Selection of Entrees, 1960’에 수록된 단편 ‘그린쇼의 아방궁’을 각색했다. 거기에 같이 실린 단편 ‘성 베드로의 지문’의 설정도 하나 집어넣었다.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아들과 함께 이모인 미스 마플의 집으로 도망친 ‘루이자’. 그녀는 미스 마플의 주선으로 ‘캐서린 그린쇼’의 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캐서린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원작은 단편이라 쉽게 사건이 해결되는데, 이건 드라마라 다른 이야기를 이것저것 집어넣었다. 특히 그린쇼 집안이 갑자기 부자가 된 비밀에 대해서는, 좀 놀랐다. 부의 축적이라는 게 떳떳한 방법으로 가능하면 좋겠지만, 100% 그럴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긴 이 드라마의 장르가 추리 스릴러라 더 그럴 수도 있겠고. 조상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그 죄책감으로 자식을 포기해야 했던 한 인물의 아픔이 그려진 에피소드였다.
마지막 편인 『Endless Night』는 소설 ‘끝없는 밤 Endless Night, 1967’이 원작이다. 다른 드라마는 미스 마플의 시점에서 사건을 보여주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크’의 눈으로 진행된다. 아마 소설도 그랬던 것 같다. 마이크는 우연히 만난 엘리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는 가난한 운전사였고, 엘리는 부유한 상속녀. 둘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시골의 거대한 저택 ‘집시의 에이커’를 구매한다. 그 집에는 집시의 저주가 걸렸다는 소문이 돌지만, 엘리는 개의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집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
원작과 미묘하게 달라졌는데, 범인의 악독하고 냉혹한 면을 더 드러냈다. 와, 진짜 그렇게 사악한 사람이 있다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와닿았다. 아주 그냥 나쁜 사람이었다.
하여간 미스 마플을 이어서 계속 제작하라! 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