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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4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百鬼夜行抄, 1995
작가 – 이마 이치코
이번 4권에는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눈길』은 ‘리쓰’의 첫 친구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그가 사귄 첫 번째 친구는, 평범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그런 것들이 보이는 것에 익숙해진 고등학생인 리쓰나 그들을 부리면서 그에 관한 소설로 이름을 날렸던 리쓰의 할아버지인 ‘가규’에게는 어쩌면 축복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리쓰, 그러니까 못 본 척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던 꼬마 리쓰였다면, 그걸 저주로 여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리쓰는 착하고 순해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그걸 이용해 뭔가 해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고 또한 그들을 다룰 수 있다면 세계 정복을 해버렸을 텐데, 아니 세계가 안된다면 국내에서라도! 그것도 아니라면 로또 당첨이라도!
『수명화』는 리쓰의 사촌 누나인 ‘아키라’에게 구애하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아들을 장가보내겠다는 일념으로, 지나가듯이 말한 칭찬에 아키라를 아들의 신부로 삼겠다고 집착한다. 급기야 그는 아키라가 숨은 리쓰네 집에 주술까지 건다. 한편, ‘오지로’는 밤마다 몰래 집을 나가, 한 여승의 수상한 심부름을 하고 다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사랑과 믿음을 봉사로 승화한 인물의 마음 씀씀이에 놀라고 말았다. 오지로와 오구로는 과연 리쓰를 진정한 주인님으로 모시는 건지도 의문이 들었고, 요괴 세상은 물리적인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귀여우니까 괜찮다.
『봉인의 집』은 상당히 묘한 이야기다. 이 시리즈에서 묘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지만, 이 에피소드는 특히 이상했다. 현실의 살인과 요괴 존재가 뒤섞이면서, 실종과 관련된 저주받은 집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이 떠올랐다. 그 많은 이야기 중에서, 이 에피소드만큼 착한 요괴가 등장하는 작품은 없었다. 나쁘고 사악한 것은 인간이었다. 욕심 때문에 질투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자책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건, 인간이었다.
요괴의 세상에서 살아온 아이가, 인간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같은 인간 사회지만 다른 나라에 가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하물며 인간이 아닌 존재와 반평생을 살다가 돌아온다면?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만화에서 선택한 길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