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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퀄라이저 2
안톤 후쿠아 감독, 덴젤 워싱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Equalizer 2, 2018
감독 - 안톤 후쿠아
출연 - 덴젤 워싱턴, 페드로 파스칼, 애쉬튼 샌더스, 오손 빈
1편에서 러시아 갱단을 혼쭐을 낸, 은퇴한 정보부 요원이었던 ‘맥콜’. 일하던 마트를 그만두고, 택시 운전을 하며 자경단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부잣집 도련님들의 마약 파티에서 희생양이 된 여성을 도와주고 그들에게 처절한 응징을 가한다던가, 납치된 아이를 구하고, 집안 형편과 주위 환경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갱단에 들어가려는 아이를 구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 요원이 살해당하고, 이를 수사하던 그의 예전 동료가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난다. 맥콜은 비공식적이고 은밀하게 사건을 조사한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다음 차례로 맥콜을 노리는데…….
1편과 많은 것이 달라졌고, 또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있었다. 우선 그의 직장이 바뀌었고, 이에 따라 행동 범위도 넓어졌다. 그리고 그가 은밀히 돕는 사람들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지난번에는 마트 직원과 그 가족들이었다면, 이번에는 동네 사람들과 택시 승객 그리고 퇴사한 직장의 예전 동료들이었다. 그가 사는 집도 지난번과는 달리 비상시 대피 시설이 잘 갖추어졌다. 혹시 러시아에서 또 쳐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한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그의 습관이 있었으니, 바로 독서였다. 읽어야 할 독서 목록을 정해놓고, 조금씩 천천히 그러면서 꾸준히 책을 읽었다. 왜 그는 그렇게 열심히 독서를 할까 생각해봤다.
극 중에서 그는 정부에 의해 훈련받은 정예 요원이었다. 명령을 받으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를 위해서, 그리고 적을 섬멸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 때문에 암살을 비롯한 여러 일을 한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일에 회의를 느꼈을 수도 있다.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은퇴를 했으니까 말이다. 그 전까지 타인의 의지로 살아갔던 사람이, 갑자기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조언이 필요했지만, 모든 과거를 끊어버린 그에게는 그런 사람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독서’였다. 많은 사람의 삶과 도덕, 그리고 정의에 관련된 지혜와 성찰, 그리고 반성과 용기가 담겨있는 책을 읽으면서, 그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달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그가 꾸준히 독서를 한 건 아닐까?
영화는 배신과 음모, 그리고 반격과 충돌로 가득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잔잔했다.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맥콜의 성향이 반영되었는지, 문밖으로 큰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전투도 허리케인 때문에 주민들이 대피한 텅 빈 마을에서 이루어졌다. 혹시 나중에라도 시체가 발견되지 않도록 계획한 걸까?
하여간 액션 장면도 많았지만, 맥콜이 생각에 잠긴 부분도 많았다. 사건 사진과 CCTV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추리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다른 작품이라면 그 상황에서 짧게 영상을 교차시키거나 사진을 빨리 보여줄 텐데, 이 영화는 그러지 않았다. 생각하는 맥콜의 얼굴을 보여줄 뿐이다. 관객도 같이 생각해보라는 감독의 배려인 걸까. 하지만 배신자의 정체는 너무 초반부터 쉽게 드러나서, 굳이 생각까지 할 필요가…….
액션 장면은 화려하고 멋있었는데, 조용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