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틀 박사의 정원 둘리틀 박사의 모험 7
휴 로프팅 지음, 장석봉 옮김 / 궁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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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Doctor Dolittle's Garden, 1927

  작가 - 휴 로프팅





 

  ‘둘리틀’ 박사의 집 정원에는 여러 동물들이 북적대며 살고 있다. 개들은 자기들만의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온 동네를 파헤치기도 하고, 집을 떠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개의 강연회가 열리기도 한다. 한편 둘리틀 박사는 곤충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성과를 거둔다. 그러던 어느 날, 지구의 생명체라고 생각되지 않는 거대 나방이 박사의 정원에 나타나는데…….



  둘리틀 박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의사이다. 그는 단순히 동물들의 병을 진료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동물들의 사회와 역사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여기서는 박각시나방과 원숭이 ‘치치’가 들려주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1톤이 넘는 물건을 태우고 날 수 있는 거대 나방이라든지 달이 없던 시절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달이 원래는 지구의 일부였지만 갑작스런 폭발로 하늘로 날아갔고, 그 빈자리가 태평양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신기했고 또 그럴듯했다.



  물론 그런 신기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집을 떠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던 개 ‘퀫츠’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면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재주부리는 그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했던 욕심 많은 사람들이라든지, 떠돌아다니는 개라고 멋대로 데려가 팔아버리려고 했던 집시도 등장한다. 퀫츠는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면서 나쁜 인간들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안락하고 안정적인 그곳에서 정착하고 살 수도 있었지만, 퀫츠는 매번 그곳을 떠나 새로운 모험을 추구했다. 그러던 그가 둘리틀 박사의 집에 머무르기로 한 것은, 외로움 때문이었다. 함께 지내던 개가 주인에게로 돌아가자, 혼자 사는 것이 싫어진 그가 둘리틀 박사에 대해 얘기를 듣고 찾아온 것이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문득 소설 ‘어린 왕자’가 떠올랐다. 어쩌면 퀫츠도 길들여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 전까지는 몰랐지만, 그는 ‘함께’라는 것에 서서히 익숙해져버렸다. 그래서 다시 예전처럼 혼자로 돌아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이건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별하고 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혼자만 어울리지 못해 외떨어지는 것을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퀫츠는 둘리틀 박사의 집에 오는 것으로 친구와의 이별을 이겨냈다. 그러니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연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지 자신을 지지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친구들을 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리틀 박사가 순종개만 찾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잡종개를 기르게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개를 가족이 아니라, 과시용으로 기르는 사람들에 대해 화가 나기도 했다. 개를 기르는 것이 유행에 달린 일이라니…….그에 비해, 하루살이를 인터뷰할 때도 인권 아니 충권을 고려하는 둘리틀 박사의 태도가 참으로 대단해보였다. 곤충의 사정까지 배려는 못해도, 적어도 같은 인간끼리라도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였다.



  음, 그러니까 이 책은 동물과 곤충들의 입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번 책의 후반부에, 둘리틀 박사와 친구들은 거대 나방을 타고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과연 그곳에서 그들이 만날 어떤 존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궁금하다. 아, 이래서 시리즈는 함부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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