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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파인스
Eytan Rockaway 감독, 제이슨 패트릭 외 출연 / 미디어룩 / 2017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Confines, 2015
감독 - 이탄 락커웨이
출연 - 제이슨 패트릭, 루이자 크라우스, 마크 마골리스, 카를로스 벨라즈퀘즈
간호사가 되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스트릭’은, 어린 딸 ‘클라라’를 엄마에게 맡겨두고 한 건물의 야간 경비로 일을 시작한다. 예전 경제 호황기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어진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두 명의 경비원이 순찰을 돌고 CCTV 모니터링만 겨우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날, 같이 일하는 ‘쿠퍼’는 어쩐지 그녀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는 일부로 그녀를 엘리베이터에 가둔다거나 기분 상할 말만 내뱉는다. ‘스트릭’은 작동하지 않는 CCTV를 검사하러 갔다가 잠긴 문을 하나 발견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던 문이 갑자기 열리고, 스트릭은 그 안에서 길게 뻗은 지하 통로를 발견하는데…….
음, 그러니까 이런 거다. 회사에 예전부터 잘못된 일이 하나 있었는데, 옛날부터 그랬다며 모두 그러려니 하고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신입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 일을 조사하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것도 첫날부터!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왜 남들 다 관심 없고 심지어 하지 말라는 일을 굳이 해서 일을 키우는 거지?’라는 태도와 ‘의욕적으로 일을 하려다가 너무 갔네.’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또는 ‘남들이 하지 말라는 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스트릭이 작동하지 않는 CCTV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면, 거길 순찰갔다가 잠긴 문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문이 저절로 열리지만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이 일하는 쿠퍼의 처지도 이해가 갔다.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잘 지냈는데, 갑자기 신입이 와서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사건을 일으켰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그러지 않았다면, 영화가 전개되지 않았겠지.
그래서 공포영화에서는 꼭 남들이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사람이 존재해야 하는 모양이다. 그 사람이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면서 만지지 말라는 것도 좀 만져보고, 읽지 말라는 문장도 읽어보고, 열지 말라는 것도 열어보고, 부르지 말라는 이름도 불러보고 해야 한다. 민폐 캐릭터이긴 한데, 어쩔 수 없이 있어야 하는 민폐 캐릭터이다. 이왕이면 그런 캐릭터가 없는 영화를 보고 싶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러면 이야기 진행이 불가했다. 그래서 속으로 ‘답답하다 답답해! 왜 저러는 거냐, 진짜!’를 외치며 영화를 봤다. 하지 말라는 일만 하고 다니는 스트릭도 답답했고, 그녀가 본 것을 믿어주지 않는 쿠퍼도 답답했다. 아, 그래서 근무 첫날부터 사건이 벌어져야 했구나. 오래 같이 일했으면 신뢰가 생기고 믿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테니까.
스트릭이 지하 통로에서 만난 또는 발견한, 아니면 스트릭을 불러들인 존재들의 정체는 놀랍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런 존재들의 설정은 다른 공포영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것인데, 관점을 살짝 바꿨더니 상당히 안쓰러운 상황이 되었다. 설마 그래서 연결되는 문을 잠그고, 폐쇄된 건물이지만 관리인을 둔 걸까?
영화는 마지막에 꽤 놀라운 반전을 감추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어서, ‘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전까지 다른 공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의 연속이라 약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었는데, 그 장면 하나로 지루함이 싹 가셨다. 이 영화의 별점은 아마 그 마지막 반전 덕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