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Motel Hell , 1980
감독 - 케빈 코너
출연 - 로리 칼훈, 폴 린케, 낸시 파슨스, 니나 아셀로드
한적한 시골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빈센트’와 ‘이다’ 남매. 그들은 근방에서 제일 맛있는 소시지를 팔기로 유명하다. 그들이 만든 소시지를 사러 일부러 오는 단골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게다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테리’를 구해주고, 그녀의 남자친구는 장례까지 치러줄 정도로 선량하다. 또한, 그 집안의 막냇동생 ‘브루스’는 멍청하지만 마을 보안관이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브루스에게도 말하지 않은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었다. 바로 그들이 만드는 소시지에 사용된 고기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목 아래부터 땅에 묻힌 사람들이 그려진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 두 남매가 만들어 파는 소시지의 비밀을 금방 알 수 있다. 언젠가 본 일본 만화에서는 사람의 뇌에 식물을 심었는데, 여기서는 사람을 땅에 묻고 영양주사를 놓아 최상의 맛을 가진 고기가 만들어지도록 한다. 그 뒤를 이어 사람들이 빈센트 남매가 만든 훈제 소시지라든지 햄을 먹으면서 너무 맛있다고 하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영화는 의외로 밝고 경쾌하다. 사람들은 햄과 소시지를 먹으면서 좋아라하고, 남매는 정원에 심은 사람들(...)을 돌보면서 행복해한다. 또한, 모텔에 손님들도 많이 오고 정 안 되면 길에 함정을 파서 사고를 일으키면 되니. 재료 수급으로 고민할 일도 없다. 땅에 묻힌 사람들만 제외하면, 모두가 다 만족스러운 얼굴이다.
몇몇 장면은, 다른 공포영화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 소개 글에 보면, 호러 걸작에 대한 오마쥬로 가득한 작품이라고 나온다. 하긴 영화의 설정부터 영화 ‘사이코 Psycho, 1960’에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Texas Chain Saw Massacre, 1974’를 잘 버무린 거 같다. 게다가 초반에 가족과 함께 소시지를 사러 온 쌍둥이 여자아이들은 옷에서부터 영화 ‘샤이닝 The Shining, 1980’을 연상시킨다. 땅에 묻힌 사람들은 성대를 다쳐서 말은 못 하고 앓는 소리만 낼 수 있다. 그런데 어쩌다가 탈출해 비틀거리며 걷는 게 꼭 좀비 같았다.
어째서 사람들이 그렇게 실종되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는지, 심지어 막냇동생은 매일 들락날락하면서도 왜 몰랐는지, 테리는 남자친구가 죽었다고 펑펑 울더니 왜 집에도 갈 생각 안 하고 모텔에 눌어붙어 있었는지, 왜 굳이 할아버지뻘인 빈센트와 결혼을 하기로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냥 사람들은 남매가 만든 햄과 소시지가 너무 맛있어서 그걸 먹기 위해 굳이 모텔까지 왔으며, 브루스는 사실 멍청한 성추행범이었고, 테리는 생명의 은인에게 보답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두 남매는 천재인 것 같다. 사육과 도축을 잘할 뿐 아니라 농축산에 관해서도 잘 알고 과학도 잘해서 최면 기계도 만들고 요리도 잘하고. 인성만 빼고 다른 건 어느 정도 갖춘 모양이다. 인성이 제일 중요한 거라서 문제지.
햄이나 소시지 같은 거 맥주랑 먹고 싶어지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