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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아이 (1disc) - 아웃케이스 있음
김동빈 감독, 장신영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독 - 김동빈
출연 - 장신영, 송일국, 이동규, 김혜나
1988년 7월 16일, 여수행 기차가 사고를 일으켜 1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했다. 그리고 16년 후, 마지막 운행을 하는 열차가 출발한다. 열차 판매원인 ‘미선’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다. 열차 내부의 모습이 80년대로 바뀌고, 그 당시 복장을 한 처음 보는 승무원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환상은 금방 사라졌지만, 미선은 불길한 예감을 받는다. 그리고 열차 안의 승객들도 하나둘씩 이상한 점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15년 전의 작품이라, 출연 배우들의 모습이 지금보다 훨씬 앳되어 보인다. 외모도 앳되고, 발성도 앳되고, 연기도 앳되고. 출연자들의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옛날이라는 티가 많이 났고, 후반부의 억지 눈물을 자아내는 부분은 역시 한국 영화라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어떤 대사는 지금 감성으로는 오글거릴 정도였고 말이다.
초중반까지는 그래도 긴장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몇몇 이상한 부분이 있었지만, 15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니 그러려니 넘어갔다. 16년 전 사고가 난 기차와 현재 운행하는 기차가 동시에 공존한다는 설정은, 긴장감과 동시에 온갖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그리고 16년 전 그 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는 내내 생각하고 추측하고 집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설정은 매력적이었다, 설정은.
하지만 몇몇 출연진들의 1960년대 로맨스물 스타일의 발성과 후반부의 지나친 억지 눈물 자아내기는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을 깨버렸다. 어째서 그 배우가 입을 열 때마다 1960년대나 1970년대의 발성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진지해야 할 장면에서도, 무섭게 느껴져야 할 장면에서도, 그 배우가 대사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후반부에 과거 열차 사고에 관련된 인물들이 펼치는 눈물 연기는, 하아……. 뜬금없는 바다 타령에 아련한 표정을 지으면서 눈물을 자아내려고 시도를 하는데, 그냥 웃음만 나왔다. 과거와 현재가 얽히면서 감동적인 장면도 연출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극적이지도 않았고 뭉클하지도 않았다. 평생 원망하고 동시에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났는데도 애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한 점 하나. 같이 열차를 타고 가던 친구가 안 보이면, 찾아보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친구가 아니었나? 게다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 승객에게 열차 판매원이 하는 대답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물론 자기도 뭔지 정확히 모르겠고, 알아서 그대로 말해줘도 괜히 불안감만 조장시킬 수 있으니 얼버무려야 한다는 건 알겠지만, “저도 몰라요, 그러니까 제발 빨리 가시란 말이에요.”라니……. 승무원과 열차 판매원은 다른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것은, 미선은 어떻게 그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었냐는 점과 승무원인 ‘찬식’은 도대체 몇 살이냐는 점이었다.
아, 그래도 객실의 불이 점차 꺼지면서 뭔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표현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