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gatha Christie's Marple, 2006
감독 - Edward Hall/Paul Unwin
출연 - Geraldine McEwan
이번 2시즌에서도 역시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Sleeping Murder』는 ‘잠자는 살인 Sleeping Murder, 1976’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미스 마플이 ‘그웬다’라는 여성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인데, 포와로가 등장하는 ‘코끼리는 기억한다. Elephants Can Remember, 1972’라는 작품과 설정이 비슷하다. 다만 이번 작품은 자기도 기억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무의식에 남아있다가 우연히 떠오르게 된다. 포와로가 등장한 작품은, 과거에 진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는 의뢰인이 등장한다. 어쨌든, 두 작품 다 사건의 의뢰인은 그 당시 너무 어려서 사건을 기억 못 하고, 주변 어른들의 회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미국 드라마 ‘콜드 케이스’의 원조라고 볼 수 있겠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The Moving Finger』 는 ‘움직이는 손가락 The Moving Finger, 1942’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본 줄거리는 소설과 똑같이 흘러가는데, ‘바튼’의 성격이 좀 바뀌었다. 원작에서는 비록 상처를 입은 몸이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고 나름 능동적으로 움직였는데, 드라마에서는 그냥 한숨만 나왔다. 보면서 ‘아우, 저 찌질이…….’이라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세 번째 작품인 『By the Pricking of My Thumbs』은 ‘엄지손가락의 아픔 By the Pricking of My Thumbs, 1968’을 각색했다. 원래는 크리스티가 만들어낸 부부 탐정, ‘토미와 터펜스’ 시리즈인데 여기에 미스 마플을 투입했다. 터펜스 혼자 사건을 추적하던 원작과 달리, 여기서는 우연히 알게 된 미스 마플과 함께 사건 해결을 위해 길을 떠난다.
예전에 원작을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드라마를 보면서 왜 터펜스가 우울해하고 사건을 찾아 헤매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처음에 탐정 사무소는 둘이 시작한 거였다. 그런데 이후 토미는 정보국에서 일하게 되고, 터펜스는 육아와 집안일을 하느라 모든 일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다 커서 분가를 하게 되니, 터펜스는 자신이 지금까지 뭘 했나 자괴감이 들었던 것이다. 예전에 사건 해결은 터펜스가 거의 70% 정도 도맡아서 했는데, 그녀는 뒷방늙은이가 되었고 토미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가! 그런데 토미나 자식들은, 터펜스에게 제발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난리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력 단절은 좋지 않다.
마지막 이야기인 『The Sittaford Mystery』는 ‘헤이즐무어 살인사건 The Sittaford Mystery, 1931’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작에는 미스 마플이 등장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원작에서 범인을 홀로 추적하던 ‘에밀리’와 손을 잡는다. 그리고 원작과 달리, 범인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동기도 달라졌다. 결말은, 음……. 범인은 당연히 잡히지만, 에밀리의 선택은 달라진다. 그리고 그건 너무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결혼은 그 사람과 같은 곳을 보면서 서로 사랑하고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 하는 거지, 그 사람을 돌봐주는 보모 내지는 엄마가 되려고 하는 건 아니다.
미스 마플을 시리즈로 만들었다고 했을 때, 편수가 얼마 없을 거로 생각했었다. ‘포와로’에 비하면, 그녀가 등장하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서는 미스 마플이 등장하지 않았던 작품을 응용해서 새로운 창작을 시도했다. 그렇게 따지면 꽤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