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2 - 능력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지

백귀야행 2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3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百鬼夜行抄, 1995

  작가 – 이마 이치코

  『장님놀이』는 리쓰의 어머니가 하는 다도 교실에 이질적인 존재 하나가 들어오면서 시작한다. 집안을 돌아다니는 그 존재에게 리쓰는 한쪽 눈의 시력을 빼앗긴다. 그리고 어린 시절, 장님놀이를 하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마침내 리쓰가 밝혀낸 그 존재의 정체는…….

  제목인 ‘장님놀이’는 눈을 가린 술래가 다른 사람들을 찾는 놀이다. 그 존재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드러난 과거의 사건은 참으로 안쓰럽고 슬펐다. 평생을 죄책감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의 삶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겠지만, 속으로는 곪고 곪아서 남아있는 게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 사악한 것을 물리친다고 여장을 하던 리쓰의 어린 시절 모습이 참 귀여웠다.

  『살풀이』는 아는 분의 집안 의식에 초대받은 리쓰와 즈카사가 겪은 일을 그리고 있다. 집안의 평안과 풍요를 비는 위험한 축제, 그것도 몇 달을 연습해야 하는 일에 다른 집안사람을 참여시키다니……. 진짜 제를 제대로 지내고 싶은 거냐고 묻고 싶었다. 어쩌면 리쓰의 능력을 알음알음 알고 몰래 부른 게 아닐까 싶다. 요괴인 오지로와 오구로, 그리고 인간인 즈카사, 이 세 사람도 아니고 음, 세 생명체의 조합은 은근히 잘 어울렸다.

  세 번째 이야기인 『식인귀의 정원』은 우연히 가지게 된 ‘정원상자’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원상자라는 것은 집, 들판, 연못, 또는 시내, 다리, 배 같은 것을 갖춘 모형을 말한다. 문제는 그 정원상자의 대상이 된 장소가, 예전에 살인귀가 살았던 곳이었고 리쓰의 어머니가 시내 위에 다리를 만들어줬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외딴집에 봉인되어있던 악령이 다리를 건너고 마는데…….

  오지로 오구로의 시대착오적인 변신쇼는 재미있었고, 겉으로는 사기꾼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영능력이 있는 스님의 등장은 나중에 또 어떤 사건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병풍 뒤에서 생긴 일』은 감기에 걸려 앓아누운 리쓰가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를 만나는 내용이다. 물론 꿈에서. 리쓰네 집의 병풍 뒤에서 요괴들이 내기 마작을 두고 있었고, 리쓰는 얼떨결에 끌려가 할아버지의 일행이 된다. 할아버지는 무엇 때문에 거기서 요괴들과 목숨을 건 도박을 하고 있었을까?

  할아버지와 그 형제들에 얽힌 슬픈 과거를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리쓰네 집안사람들이 한두 번씩 엄청난 위기에 처하는 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내력인 모양이다. 요괴를 부리는 당사자는 그것들을 누를 힘이 있어서 좋겠지만, 그 때문에 약간의 능력만 갖게 된 사람에게는 그리 좋은 일은 아닐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당할 수 있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리쓰의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긴 그랬으니 리쓰에게 아오아라시를 남겼겠지. 과연 리쓰가 할아버지처럼 아오아라시를 다룰 수 있을 것인지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