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NIGHTSCAPE, 2017
감독 - 오인천
출연 - 주민하, 정보름, 정성훈, 정서영
연쇄 살인마로 추정되는 택시기사를 추적하던 언니가 실종되었다! 동생은 언니를 찾고자, 일본인 취재팀의 인터뷰에 응한다. 이미 진범인 택시기사가 잡혔지만, 언니는 그가 진범이 아니거나 모방범일 거로 추측하며, 그 증거를 잡기 위해 취재팀과 조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와달라는 언니의 전화를 받고 달려갔지만, 현장에는 하회탈, 비디오카메라, 그리고 메모리카드가 들어있는 가방만 남겨져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본 영상 속에서는…….
작년에 본 ‘월하 Wol-ha : Very Bad Moon Rising, 2017’의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일 년에 두 편이라니, 감독이 2017년에는 열심히 일했나 보다. 하지만 두 편을 다 본 내 생각으로는, 그냥 하나에만 집중해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각본도 더 꼼꼼히 보고, 배우들 연기 연습할 시간도 더 주고……. 아무래도 돈과 시간이 있으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점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영화는 ‘월하’처럼 페이크 다큐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런 장르에서는 어째서 죽을 위기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는 걸까라는 물음을 잘 처리해야 한다. 여기서는 취재팀이라는 설정 때문에, 기록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기자의 주장 때문에 카메라는 계속해서 모든 것을 녹화하고 있었다. 특종을 거둬 출세하고 싶은 기자, 특종보다는 사람이 먼저라는 음향 담당 그리고 모든 것을 기록하겠다는 카메라맨. 이들은 의문의 비명이 들리는 택시를 추적하고, 위험에 처한다. 이런 흐름은 좋았다. 거기다 이 세 명의 개성까지 확실히 잘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영화는 ‘왜?’라는 질문이 계속 떠올랐고, 그건 구성이 허술하다는 의미였다.
왜 동생은 굳이 일본 취재팀과 인터뷰를 한 걸까? 동생이 일본에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 한국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서? 아닌데? 그들이 명색이 언론인이었고 영상이라는 증거까지 있는데, 언론이나 경찰이 관심을 두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러면 왜 동생은 일본 취재팀과?
거기다 동생을 찍는 카메라는 왜 계속해서 그녀의 몸매만 찍어대는 걸까? 인터뷰하는 대상을 그런 각도로 찍어대는 카메라는 처음 본다. 왜 동생의 다리를 아래에서 위로 훑어 올리고,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데 의자 밑에서 허벅지를 찍어대는지 모르겠다. 이건 음, 에로 영화에서 여자를 보는 것과 비슷한 구도였다. 여자를 신체 부위별로 나눠서 카메라에 담다가, 위아래로 훑어 올라갔다 내려가며 전신을 보여주고 그러는 것 말이다. 더 황당한 건, 동생은 인터뷰 중간에 옷까지 바꿔입고 등장한다. 더 노출이 심하고 몸매를 부각시키는 옷으로! 아니, 아무리 공포 영화와 19금적인 요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지만, 이건 너무 무리수 아닌가? 아무리 저예산이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지만, 그런 장면들은 왜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일본의 19금 영화 산업에 대한 공포글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평범한 직장 면접 같았는데,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 여자가 머리채 휘어 잡혀 끌려나가던…….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이 공포를 가장한 에로 영화 촬영이었는데 그게 여자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 여기까지. 더 이상하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
전에 어떤 외국 영화 리뷰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돈이 많아 이런 영화까지 수입하는 건가’라는 문장을 넣은 적이 있다. 어떤 영화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기억하기 싫어서 아예 지워버렸나 보다. 하여간 이 영화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우리나라는 돈이 많은 것 같다. 나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