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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슬금슬금 ㅣ 북극곰 이야기꽃 시리즈 1
이가을 지음 / 북극곰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 이가을
도깨비에 관한 일곱 가지 짧은 이야기가 들어있는 동화책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림은 하나도 없다. 이 책을 읽을 대상은 분명히 어린아이들인데 어째서 그림이 하나도 없을까 의아했다. 그러다 ‘아, 아이들에게 어른의 세계를 알려주려는 거구나!’라고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위에서는 이야기가 일곱 개라고 했는데, 목차를 보면 여덟 개다. 왜냐하면, 첫 번째에 해당하는 『도깨비 이야기를 시작하며』는 본격적인 도깨비 이야기를 읽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기본 지식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도깨비의 특징과 사람이 되고픈 도깨비가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것을 다루고 있다.
실질적으로 첫 번째 이야기인 『하나밖에 모르는 도깨비 하나』에는 하나만 아는 돌쇠가 주인공이다. 얘는 하나만 시키면 잘하는데, 두 개를 한꺼번에 시키면 헷갈린다. 여기에 하나만 아는 도깨비가 붙으니, 마을이 시끄럽다. 돌쇠가 돌을 하나 주워오면 그날 밤 도깨비는 돌쇠네 창고에 돌을 쌓아두고, 돌쇠가 수박을 하나 받으면 도깨비도 따라서 온 마을의 수박을 다 가져오는데…….
『씨름꾼 도깨비 어영차』에서는 씨름을 좋아하는 아저씨가 등장한다. 어느 날, 이 아저씨는 사람들이 도깨비가 나오는 날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무시하고, 밤길을 걷는다. 그리고 도깨비를 만나 암소를 걸고 씨름 내기를 하는데…….
세 번째 이야기인 『수다쟁이 도깨비 와글와글』은 마을의 소문 난 수다쟁이 할머니 집에 사는 도깨비가 나온다. 이 도깨비는 어느 날, 할머니를 골려주기로 작정하는데…….
『대장간 도깨비 뚝딱』은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만들어내는 게 아닌,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주인공이다. 그는 스님의 조언으로 대장장이 집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대장장이를 따라 그가 만드는 온갖 농사짓는 도구들과 도끼 같은 것을 따라 만들어보는데…….
『물 도깨비 출렁출렁』에는 사람이 되고 싶은 도깨비가 등장한다. 그는 친구 도깨비의 조언으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기로 한다. 물에서 사는 그는 물을 이용해 사람들의 물건을 하나둘씩 가져오는데…….
『옹기전 도깨비 와장창』은 읽으면서 어이가 없었던 이야기다. 다른 이야기도 그렇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행동을 보니 ‘아이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흙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있었다. 어느 날, 실패한 옹기를 깨트리는 인간의 모습이 재미나 보였던 도깨비는 그를 따라 하는데…….
『한 가지 소원』은 대장 도깨비의 허락하에 마을 사람들의 소원을 한가지씩 들어줄 수 있게 된 도깨비들의 이야기다. 도깨비들은 사람들이 그냥 내뱉은 말, 예를 들면 ‘빨래가 반으로 줄면 좋겠다.’든지 ‘아흔이 넘은 노인분이 아프지 말고 돌아가시면 좋을 텐데’ 같은 말을 그냥 그대로 들어주는데…….
언젠가 인터넷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깨비의 외모나 특징 등이 우리 고유의 도깨비 것이 아니라, 일본 도깨비의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 나온 도깨비들은, 내가 지금까지 만화나 소설에서 읽은 도깨비와 달랐다. 인간과 다른 세계나 다른 차원에서 살다가 누군가를 죽이거나 괴롭히러 나타나는 게 아닌, 인간과 같이 살면서 호기심이 가득한 장난도 치고 인간과 부대끼면서 정을 나누는 존재였다. 내가 어린 시절 읽은 한국 전래 동화의 도깨비들도 그랬다. 언제부터 내 기억 속에 그들이 무시무시한 괴물로 바뀌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바보 같을 정도로 어수룩하고 심한 장난을 치는 악동 같은 이미지를 가졌던 동화 속의 도깨비들이 되살아났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도깨비들아. 그동안 어디 갔었니? 부탁하건대, 장난은 살살 쳐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