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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The Monkey King 3, 西游記女兒國, 2018
감독 - 소이 청
출연 - 곽부성, 조려영, 풍소봉, 소심양
삼장법사를 호위하여 손오공,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은 뱃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물속에 있던 한 요괴의 난입으로, 그들은 어느 이름 모를 낯선 곳에 떨어지고 만다. 그곳은 여자들만 사는 ‘여인국’으로, 무단침입한 삼장법사 일행을 처벌하고자 잡아 온다. 그런데 그들을 조사하던 왕국의 여왕이 삼장법사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음, 이번 편은 그렇게 극적인 재미가 있지는 않았다. CG 장면은 여전히 화려하고 멋졌지만, 등장인물들은 그렇게 매력적이지가 않았다. 아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여인국의 여왕 캐릭터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어째서 똑같이 여자들만 사는 왕국인데 동서양의 차이가 나는 걸까? 서양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왕이 다스리면서 세계의 평화와 균형은 우리가 지키겠다며 의욕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왜 여기는 여왕부터 나사가 풀려있는지 모르겠다. 난생처음 보는 남자가 신기하기도 하고,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겠다. 그런데 갑자기 그 남자에게 호감이 생기고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애정이 깊어질 수 있을까? 왕국의 수호자가 결계를 나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교육받지 못한 건가? 아, 이건 국왕의 교육을 맡은 사람을 잘못 뽑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지도 모르겠다. 서양의 여인국은 온갖 무술을 가르치면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을 가르치며 여왕으로 길렀다. 그런데 동양의 여인국은 그냥 예쁘고 좋은 것만 보여주면서 길러 어린애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이걸 성장물로 보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우선 이 작품에서 로맨스를 찍은 삼장법사를 보자. 요괴들에게 호위를 받으면서, 다른 요괴를 무서워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서역에 가서 경전을 가져오는 임무를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기도 하고, 또 동시에 외부의 유혹, 여기서는 이성의 접근에 대해 대처를 하면서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는 과정을 그린 거라면, 이건 그의 성장물이 된다. 1편에서는 손오공이 성장하고, 2편에서는 일행이 어떻게 신뢰를 형성하는지 보여주었다면, 이번 3편은 삼장법사가 진정한 종교인으로 거듭나는 걸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로맨스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여인국의 여왕 역시, 좋은 것만 보고 맛있는 것만 먹으며 모두의 사랑 속에 어리광만 부리던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라 한 나라를 책임지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과 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보면 괜찮은 작품이긴 하지만, 너무 심심했다. 계속해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하느라 인물들이 움직였지만, 어쩐지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생전 처음 보는 존재에게 사랑이 느껴지나? 사랑보다는, 처음 보는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궁금증 그리고 두려움 같은 게 느껴지는 거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여왕님의 취향은 이상하다. 나였다면 아마 가까이 가지 않고 가둬두고 관찰연구를 할 텐데……. 아, 그래서 내가 여왕님이 아닌 거겠지.
물을 먹으면 저절로 임신이 되는 설정은, 어릴 적에 서유기에서 읽은 것 같다. 거기가 여인국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