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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강하늘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8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Forgotten, 2017
감독 - 장항준
출연 -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나영희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네 가족이 새집으로 이사 온다. 약간의 신경쇠약증을 앓고 있는 ‘진석’은 이상한 예감이 들지만, 자신의 병 때문이라 생각하고 넘긴다. 그러던 어느 날, 형 ‘유석’이 진석이 보는 앞에서 납치된다. 다행히 19일이 지나고 형이 돌아오지만, 진석은 형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밤마다 가족들 몰래 나간다거나 교통사고로 절던 발이 바뀌는 등, 수상한 것투성이다. 어김없이 밤에 나가는 형을 몰래 따라나선 진석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돌아온 형의 비밀을 밝히려는 동생의 얘기를 그린 전반부와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주는 후반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후반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마치 똑같은 배우가 출연하는 두 개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전반부는 나만 빼고 다 이상하다는 스릴러, 후반부는 그땐 그랬을지도 몰라라는 드라마.
전반부는 의심스러운 상황의 연속에다가 조마조마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뭔가 집 안에 숨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납치되기 전과 돌아온 후에 너무도 달라진 형의 모습에 지금까지 봤던 스릴러 호러 영화의 여러 설정을 떠올리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하고 머리를 굴렸다. 그야말로 영상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경찰서에서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은, 이미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으아!!!’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반면에 후반부는 그냥 다 떠먹여 주는 분위기였다. 혹시 못 알아듣거나 이해를 잘못할까 봐, 찬찬히 설명에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전반부에서 머리를 굴린 의미가 없어지는 허망한 기분이었다. 물론 의뢰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은 좀 놀랐지만, 전반부에서의 충격은 주지 못했다. 이미 앞부분에서 놀랐기에, 김이 샜다고 해야 할까?
구성 방식을 좀 바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후반부가 너무 친절해서, 전반부의 놀라움이 반감되는 느낌이었다. 후반부에서 설명과 회상 장면으로 보여준 과거를 전반부에서 틈틈이 환각으로 넣었다면 어땠을까? 복잡하다거나 어지럽다는 얘기를 들을 수는 있겠지만, 막판 반전이 주는 놀라움은 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의 변신 장면이 놀라웠다. 나영희 씨는 우와……. 보면서 ‘헐! 대박!’이라는 놀라움과 감탄 그리고 소름이 쫙 끼치는 게, 영화에서 제일 오싹하고 조마조마한 부분이었다. 문성근 씨도 웃는 모습 하나로 그렇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전까지는 따뜻하고 자애로운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영화 ‘실종, 2008’의 연쇄 살인마가 떠오르는 미소로 느낌이 확 달라졌다. 똑같이 웃는 모습인데 어떻게 그렇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김무열 씨의 변신도 멋졌다. 전반부와 후반부에서는 눈빛마저 달라지고, 말투라든지 태도까지 다른 사람 같았다. 설마 배우들의 변신을 보여주려고 전후반부를 나눈 걸까?
그 당시, 국민들이 어떤 일을 겪어야 했는지 안타깝고 극적이며 단편적으로 보여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