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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밤
이창희 감독, 김상경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The Vanished, 2017
원작 - EL Cuerpo, The Body, 2012
감독 - 이창희
출연 -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한지안
재벌 2세이자 제약회사의 사장인 ‘설희’가 갑자기 사망한다. 그런데 부검을 기다리던 그녀의 시체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연락을 받은 남편 ‘진한’은 당황한다. 자신의 모든 것, 심지어 옷차림과 대학 강의 일정마저 마음대로 하던 부인에게 염증을 느끼던 그는, 제자인 ‘혜진’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러다 부인이 그 사실에 대해 알아차리자, 개발하다 폐기한 약으로 부인을 죽여버린 것이다. 사건 조사를 맡은 ‘중식’은 진한이 범인이라는 확신을 하고 밀어붙이는 가운데, 설희가 어쩌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발견되는데…….
위에 적었지만, 이 작품은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스페인 영화 ‘더 바디 EL Cuerpo, The Body, 2012’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했다. 원작에 해당하는 영화를 봤을 때, 막판 반전에 놀라고 그렇게밖에 할 없었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그랬었다.
리메이크작의 단점은, 원작을 먼저 본 사람들이라면 그 반전이나 전개에 대해 이미 알고 있기에 별로 놀라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작품도 그러했다. 몇 가지 설정은 한국에 맞춰서 바뀌었지만, 이미 반전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별로 놀랍지 않았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무척이나 재미있었을 것이다. 사실 그 때문에 원작의 기억이 사라질 때를 기다려, 한참 지난 뒤에 봤다. 안타깝게도 원작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이번 작품을 볼 때마다 생각나고 비교가 돼서 좀 문제였다.
이 작품에서 김상경 씨는 형사로 등장한다. 그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는 그리 많이 보진 않았는데, 이상하게 내가 볼 때마다 꼭 형사로 등장한다. 게다가 분위기도 매번 비슷비슷했다. 김상경 씨가 형사로 등장하는 시리즈 작품이라고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약간 피폐하지만 잘 꾸미면 훈남일 것 같은 외모에, 범인 잡는 능력 쩔고, 유머 감각도 있으며 상사 말은 잘 안 들으면서 의외로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형사. 어쩐지 재미있는 형사물이 될 것 같은데, 만들어지면 좋겠다.
진한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 씨는 사실 그리 배역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아내에게 휘둘리며 살아가게 불만이라 어린 제자와 불륜을 즐기는 연하의 남편이며, 부인을 죽였다는 사실이 밝혀질까 봐 긴장하고, 동시에 부인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떠는 설정인데, 영화 속에서는 그런 게 잘 살아나지 않았다. 뭐랄까, 신약 연구에도 개입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는 사람인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리 공감되지 않았다. 그냥, 음, 부인 돈 쓰고 누리는 건 좋은데, 부인이 엄마처럼 간섭하는 건 싫어서 징징대는 그런 느낌? 그게 싫었으면 처음부터 부인이랑 결혼하지 말았어야지….
김희애 씨는 돈 많은 상속자에다 집착욕과 소유욕 콸콸 넘치며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해야 하는 오만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 몇 장면 나오지 않았는데,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는 대사를 내뱉을 것 같았다. 왜 갑자기 SK어쩌고 하는 화장품을 바르고 싶어지지?
이미 원작을 봤기에, 그냥 마음 편하게 긴장하지 않고 본 영화였다.